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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이 뜨거운 겨레, 대한국인

by 윤해



2024.03.22

춘하추동 사계절이 선명하게 돌아가는 나라에 살고 있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 사철의 변화에 따라 종횡무진 변화무쌍하게 살아야만 철부지가 아닌 사람으로 제철에 맞는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봄은 남도에서부터 화신을 앞세워 성큼성큼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가 파노라마 마냥 모산 지리산의 펑퍼짐한 자궁에서 잉태되어 흩뿌리듯 백두대간을 타고 북상하듯 내달린다.

국토를 북상하면서 꽃이 피고 지고의 반복이 마무리될 즈음 신록이 푸르러해 가고 푸르런 이파리 하나하나 마다 작렬하는 태양을 광합성하여 탄소동화작용이 절정을 찍으면 떨어진 꽃잎 대신에 탐스러운 열매가 다음 세대를 기약한다.

푸르런 이파리가 푸르다 못해 검푸르지고 가지에 달려있던 열매가 성숙을 너머 숙성과 발효를 넘나들 때쯤 국토의 최북단까지 몰고 갔던 화신과 열매의 향연이 이제는 남으로 발길을 돌려 맹렬한 기세로 단풍이라는 이름으로 불붙는다.

나가 아닌 남, 즉 나무가 단풍으로 온 나라 온 산하를 불붙듯이 태우며 남하하여 아! 섬진강으로 내달릴 때 즈음 북쪽에서 불어오는 삭풍이 스산하게 귓불을 때리고 매섭게 남쪽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면 단풍으로 불붙어 바스락 거리며 간신히 붙어있던 낙엽은 그야말로 추풍낙엽이 되어 거리를 뒤덮는다.

봄, 여름, 가을을 불태우던 꽃도 지고 열매도 떨어지고 단풍마저 낙엽이 되어 떨어지면 비로소 겨룸의 계절 겨울이 우리 턱밑까지 와 있고 우리는 우리 앞에서 온갖 모습으로 자신을 불태우며 사라져 갔던 자연의 향연을 마주도 했고 삼매도 했으며 나아가 자연과 물아일체까지도 하였으나 허무하게 떠나가 버린 봄, 여름, 가을의 불바람을 우두커니 지켜만 봐야 하는 외로운 생명으로서 삭풍 가운데 서 있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발견한다.

불을 발견하고 나서야 비로소 맹수를 쫓아낼 수 있게 된 우리가 자연에서 획득한 불로 문명으로 가는 다리를 만들고 말과 글로 가상세계를 만들어 다시 봄, 여름, 가을에서 피어나는 지구의 진정한 주인 나가 아닌 남, 나무를 보면서 불타는 식물의 생로병사를 불을 연상하면서 노래한 것은 자연에서 문명으로 또 문명에서 자연으로 한 바퀴 돌아가는 순환계의 도도한 여정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삭풍을 견디며 겨룸의 계절 겨울을 마주한 우리 겨레가 만들어낸 온돌, 우리의 천년고찰 산사건축에서부터 양동마을 하회마을 등 민간건축, 경복궁 창경궁 등 궁궐건축과 양주 회암사지 칠불사 아자방지 등 사찰건축에 이르기까지 온돌이 건축물의 핵심요소이다.

겨우내 불을 깔고 앉고 불위에 눕는, 불을 기가 막히게 잘 다루는 불같이 뜨거운 민족, 칠불사 아자방 온돌을 만든 위대한 민족이 바로 우리 대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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