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1
학창 시절 연극의 3요소는 배우 관객 희곡이고 희곡의 3요소 중 형식은 해설 지문 대사이며 내용은 인물 사건 배경이고 대사의 3요소는 대화 독백 방백이라고 배웠다.
이렇게 적고 보니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연극의 요소에 포함되어 있고 그래서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라고 하는구나
현대 연극은 과거보다 복잡 다난하여 기존의 3요소에 더해 무대라는 요소가 더해져 연극은 4요소로서 이루어진다고 하기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요사이 연극이나 뮤지컬 오페라를 보면 과학기술을 응용한 기계장치로 꾸며진 현란하고 입체적인 무대장치들이 배우의 열연과 시나리오를 무색하게 한다.
연극의 현란한 무대장치에 눈길이 쏠려 희곡과 배우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는 원리와 유사하게 오늘날 정치라는 무대 위에 올라 캠페인을 하는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연기력은 고사하고 희곡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춘 자도 드물다.
단지 현란한 무대장치나 일부 관객들의 억지 박수 소리에 의지하여 얼치기 연기를 하고 있으니 연극의 완성도는 떨어지고 하루빨리 막이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 앞선다.
연극의 완성도가 배우와 관객의 수준에 의해 결정되듯이 정치의 수준도 후보자와 유권자의 수준에 의하여 결정된다.
배우와 관객 후보자와 유권자의 차이는 무대에 올랐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다. 이처럼 한 편의 연극 같은 우리네 인생도 무대에 오르는 정치인과 무대 밑에 있는 국민들이 교감을 넘어 공감을 이룰 때 비로소 그 한 편의 연극은 완성도 높은 인생으로 막을 내리고 커튼콜을 받는 화려한 밤을 완성하는 것이다.
"청빈 불고 가사(淸貧不顧家事)’, 이름을 얻으려고 청빈하게 산 사람도 시대에 맞지 않지만, 그렇다고 모두를 얻으려는 욕심도 과한 것은 마찬가지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것저것 다 가지려는 빌런들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나와 위선의 얼굴을 하고 내로남불의 무리를 앞 다투어 만들고 무대에 올라 밑도 끝도 없는 대사를 주절주절하니 그것이 대화인지 독백인지 방백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관객은 하나도 없을 것 같은데 희한하게도 초록은 동색인지 아니면 뭐 저들 사이에는 텔레파시라는 신공이 장착된 듯 연호하고 손뼉 치고 좋아요를 연발하니 도대체 누가 잘못되었는지 조차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극장 안에 입장한 관객이 된 기분이다.
우리나라의 산하가 두 동강 난 것도 모자라 너와 나 우리도 사분오열되어 가치관의 아노미(anomie) 현상을 지독하게 겪고 있는 우리 공동체를 바라보면 이러한 아노미 현상이 단순히 시대발생적인지 아니면 분단국가에서 흔히 이루어지는 체제전복이라는 목적에 기반을 둔 공작의 결과인지는 두고 보면 밝혀지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연극의 시나리오가 매끄럽지 않으며 등장인물의 연기가 억지스럽고 무대장치마저 뒤죽박죽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인생이 한 편의 연극으로 완성되려면 무대 위에 배우가 되던 무대 아래 관객이 되었던 주관과 객관이 한데 어우러져 교감과 공감이 쌍방향으로 순환할 때 그 극장은 훌륭한 희곡을 구현하고 그 연극은 불후의 명작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