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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

by 윤해



2024.04.04

나와 너라는 개인이 모여 우리라는 집단을 이루고 집단의 규모가 가족 씨족을 넘어 부족 그리고 국가로 확대되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당대에서는 집단지성으로 발현되던 갖가지 이념 철학 경험 등이 집단내로 스며들고 녹아들어 생성된 집단의 유산을 집단무의식이라고 정의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집단은 당대에서는 집단지성을 형성하면서 집단이 나아가야 할 최적경로를 찾고자 사활을 걸고 나아가고 당대에 형성된 집단지성마저도 언제나 그때까지 그 집단이 보유했던 집단무의식이라고 하는 집단의 유산에 휘둘리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하며 역사의 질곡을 건너가는 것이다.

한과 정이라는 계량 불가능한 정서를 가지면서 거기에 더해 여백의 미학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에 기대어 근거 없는 자신감 하나로 무에서 유를 창출했던 지난 70년간의 대한민국은 수많은 히든히어로들이 한국인의 집단무의식을 고취시키고 집단지성을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집단의 목표를 명쾌히 제시하면서 밀고 끌고 당기면서 그야말로 혼연일체가 되어 달려온 역사이다.

그렇게 달려오느라 사라지고 추가된 미덕과 악덕들이 눈부시게 발전한 물질적 성취에 가려 잠복하고 가라앉았고 그 저변에 흐르던 집단무의식이라는 창고에 차곡차곡 채워 놓았고 이제 미덕과 악덕의 청구서들이 대차대조표를 이루어 봇물같이 터져 나오는 지금의 현실 앞에 우리 모두는 당황스럽고 아연해질 수밖에 없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나온 인물들의 면면은 우리가 그동안 익숙하게 겪고 비판했던 한과 정을 가지면서 수줍고 외로움을 타는 히든 히어로의 모습이 아니라 뻔뻔하고 대담하며 후안무치한 선사 후공의 잡범무리들이 떼를 이루어 집단지성의 허울을 쓰고 우리들의 소중한 집단 무의식을 의식적으로 훼손하고 이러한 기준을 대한민국의 뉴노멀로 만들려고 견강부회를 일삼으며 그들만의 내로남불의 굳건한 산성을 쌓고 있는 중이다.

견강부회에 부화뇌동하다 보면 언제나 알맹이는 빠지고 껍데기만 가지고 성동격서를 일삼는 말로 먹고사는 모리배의 손바닥 안에서 모리배들이 부는 피리소리에 따라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레밍의 쥐신세를 벗어나기가 힘들어 보인다.

이처럼 당대를 사는 집단지성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모진 네가 순박한 나를 순식간에 악덕으로 물들이고 집단을 가볍게 접수한다. 모진 네가 모인 모진 집단은 사사건건 겉으로는 견강부회의 논리로 시비를 가리는 척하고 속으로는 그동안 집단이 이루어 놓은 성취의 곶감을 하나하나 빼먹느라 여념이 없다.

그들은 우리가 그동안 피땀 흘려 쌓아 온 가치를 한 순간에 폄훼하고 그 자리를 기상천외한 궤변으로 메꾸고 과거사라는 명목으로 일한 사람들을 말로 잡는다.

너와 나가 하나 되는 일을 하지 않고 너와 나를 모아 모리배라는 집단을 만들어 망아지 마냥 날뛰는 말로써 일을 덮어려 하니 그 패악질을 그대로 묵과하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한과 정으로 뭉친 집단무의식이라는 우리 공동체의 유산에 힘입어 전쟁의 참화를 극복했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우리들에게 듣도 보도 못한 듣보잡들의 세치 혀로, 일하는 사람들을 말만 하는 듣보잡들이 쥐락펴락하면서 의식적으로 집단무의식을 훼손하는 악행을 똑바로 직시하고 심판해야 할 중차대한 결단이 바로 우리 코앞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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