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5
파와 사과는 물과 소금같이 우리의 건강을 위해 늘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도 그러한 것들이 흔하고 지천으로 널려 있는 관계로 우리에게 소중하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사는 대상이기도 하다.
결혼 후 파를 너무 좋아하는 안해와 사과를 밥보다 좋아하는 남편이 만나 가정을 꾸리다 보니 여느 가정보다는 파와 사과의 소비량이 엄청났다.
안해가 파를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이유는 잘 모르나 마치 여우집에 놀러 온 두루미 마냥 결혼 전에 먹던 음식과는 다른 식재료에 적지 않게 당황했고 그래도 여우 같은 안해가 차려준 대파가 잔뜩 들어간 음식을 군말 없이 먹는 두루미 남편이 되어 식후에 먹는 과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과를 한입 가득 베어 물면서 아삭하고 상큼한 행복감을 만끽했다.
유년시절 가을만 되면 과수원에서 수확한 사과가 나무궤짝에 실려 우리 집 뒷곁에 쌓여 있을 때 나는 할 일없이 뒷마당에서 놀다가 심심하면 나무 궤짝에 고사리같이 작은 손을 쑥 밀어 넣어 잡히는 데로 사과를 꺼내어 한입 베어 물고 맛이 없으면 그대로 땅바닥으로 먹다만 사과를 버리면서 놀 정도로 그 시절 나에게는 사과는 흔하디 흔한 간식이요 장난감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사과와 나의 인연은 평생을 같이하는 동반자로서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다만 흔하디 흔했고 그래서 저렴했던 국민과일 사과가 시대가 변하면서 홍옥, 국광, 스타킹, 인도 등 다양한 품종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그 자리를 아오리 홍로 부사(후지)가 대체되다가 지금은 출하되는 사과 대부분을 부사가 차지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우리 집은 파가 떨어지거나 사과가 떨어지면 장 보러 가야 하는 살림살이를 하는 가정이 되었다.
흔하디 흔한 대파와 사과가 생활물가 상승과 함께 폭발적으로 가격이 상승하여 압박으로 다가오고 이제는 사과 하나 집기가 겁나는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착각하는 것이 있다. 귀한 것은 좋은 것이라 생각해서 서로 가지려고 하거나 존중하고 대접한다. 반면에 흔하디 흔해서 발길에 채일 정도면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시하거나 백안시한다.
다이아몬드, 금과 같은 귀금속은 그 희소성 하나로 세상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지만 막상 실용적 효용가치를 보면 그냥 돌멩이나 다름없다. 반면에 공기, 물, 소금은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세 가지로서 공기가 없으면 3분을 , 물이 없으면 며칠을, 소금이 없으면 몇 달을 견디지 못하고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것이 우리의 생명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각자(覺者)들은 공기 물 소금을 세 가지 풍부한 물질, 즉 삼풍(三豐)이라 하여 우리가 세상을 살기 위해 먹는 음식을 먹고 난 다음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찌꺼기, ash를 닦고 정화하여 우리의 오장육부를 청정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으로 깨끗한 공기, 맑은 물, 간수와 중금속이 제거된 소금, 즉 깨끗한 삼풍(三豐)만이 우리를 건강하게 해 준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이다.
삼풍(三豐)이 무너진 오늘날 그래도 대파와 사과로 연명하면서 건강을 부지하던 나에게 지금 폭등하는 대파값은 경상도 사투리로 정말 파이고, 사과값 폭등을 촉발시킨 장본인들의 진솔한 사과를 받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