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인간이 태어나서 세상을 살아가면서 굽이굽이 만나는 생애는 생로병사라고 이야기할 수 있고 희로애락 오욕칠정이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인간이란 옷을 입고 사는 한 우리는 생로병사의 단계를 밟고 살아가는 와중에 갖가지 사건과 사고에 직면하면서 기뻐하기도 노여워하기도 슬퍼하기도 그리고 즐거워하기도 하면서 오욕과 칠정에 빠져 인생이라는 고해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관혼상제(冠婚喪祭), 이제는 용어마저도 생소한 이 단어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한 현대에서 관례는 있으나 없으나 유명무실해진 성인의 날로 혼례는 동거와 결혼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상례는 장례식장에서 슬퍼할 겨를도 없이 한 줌의 연기로 고인을 보내고 제례는 며느리들의 파업으로 입밖에 꺼내기도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생로병사가 유기체로서 인간의 삶을 적나라하게 정의한다고 하면 희로애락은 생로병사의 와중에서 사람으로서 느끼는 욕정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오욕과 칠정으로 표현되는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생로병사의 생애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관혼상제라고 하는 인생의 단계는 인간으로서 생략하거나 그냥 넘어갈 수 없는 필요불가결한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이라는 악세를 만나 살다 보면 무엇이 중한지 무엇이 가벼운지를 분간 못하는 판단력의 약화를 가져와서 본능의 힘을 그릇된 이성으로 찍어 눌러서 왜 사는가에 대한 궁극적 질문을 회피하며 하루하루를 소모하면서도 그것이 소모인지 문화인지를 착각하는 지경에 우리 모두는 와 있다.
관혼상제 중에서 예나 지금이나 그래도 생애의 하이라이트는 혼인이다. 현대로 오면서 결혼과 혼인을 뒤죽박죽 섞어 쓰거나 오히려 결혼이라는 말이 더 흔하게 쓰이고 있지만 남자가 장가들고 여자가 따라간다는 남성위주의 결혼이라는 말보다는 장가들고 시집간다는 혼인이라는 말이 혼례의 진정한 의미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들을 장가보내는 신랑 측 혼주에게 축 결혼이라고 하례인사를 하는 것은 그래도 넘어갈 수 있으나 딸을 시집보내는 신부 측 혼주에게는 축 혼인 또는 경하혼인(慶賀婚姻)이라고 하례하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혼인비행을 앞둔 우리의 청춘들이 추수하고 남은 들판에서 나락 한 톨까지 싹쓸이하고 있는 조직과 기성세대들의 오욕과 칠정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까?
인체도 항상성과 건강성을 유지하려면 세포자살(apoptosis)을 통하여 건강하고 젊은 세포가 늙고 병든 세포를 교체해야 함이 자연의 이치이거늘 욕정으로 똘똘 뭉친 공룡과 같은 조직과 기성세대의 탐욕은 한 치 곁도 내어주지 않음을 마치 인생 성공의 월계관 인양 자랑으로 치부하면서 젊은 세대에게 암적인 존재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에서 결혼이나 혼인이 특권층의 전유물이 되어가는 세태를 막는 사소한 노력 하나하나가 경하혼인(慶賀婚姻)으로 우리를 이끌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