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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해 May 08. 2024

언더독, 언더울프



2024.05.08

자연과 문명을 가르는 터닝 포인트를 이야기하는 수많은 분석 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생명체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늑대와 개일 것이다.

불씨를 발견하고 불을 발명한 우리 인류가 먹이사슬의 피식자 신세를 겨우 벗어나서 사바나를 헤매고 다녔지만 여전히 맹수를 불로 쫓아내는 방어에만 급급했지 적극적으로 다른 동물을 사냥하는 포식자의 레벨로 올라서기에는 여전히 요원했으리라 짐작해 본다.

사냥하는 포식자가 되기 위해 지혜자인 호모사피엔스가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의 종과 가장 흡사한 포식자를 먼저 찾아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합목적적 결론을 바탕으로 주변을 둘러본 결과 호모사피엔스는 먼저 늑대를 자신의 롤 모델로 삼았을 것이다.  

사자의 갈기도 호랑이의 용맹함도 치타의 빠른 발도 가지지 못한 인류가 벤치마킹한 포식자는 개별전투력으로 무장한 맹수보다는 고만 고만한 전력을 가진 핸디캡을 무리의 힘으로 극대화한 늑대무리의 사냥방식에 매료되었고 곧바로 따라 하기를 했으리라고 합리적 유추가 가능하지 않을까?

진화의 여정에서 늑대와 함께 춤을 추어온 인류에게 있어서 늑대는 심정적으로는 스승이요 동반자였으나  무엇보다도 현실적으로는 먹이사슬의 경쟁자였다.

늑대와의 전쟁에서 이기면 무조건 늑대 새끼들을 죽이던 인류가 어느 순간 어린 늑대를 데려와서 키워서 길들여야 하겠다고 생각한 순간이 인류가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 올라가는 단초를 제공했으며 이 사건 이후 길들여진 늑대 새끼는 개라는 이름으로 인류의 영원한 동반자가 되어 세상의 일부로 편입된 것이다.

늑대를 길들여 개로 만드는 지난한 노력이 농업혁명, 즉 대형 포유류의 가축화를 불러왔고 이 경험을 갈고닦아 인류문명의 원리로써 자리 잡게 하였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처럼 세상을 사는 우리 인류의 심성에는 언더독은 거두어도 언더울프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즉 그 둘의 차이는 길들여진 개와 야생으로 남은 늑대의 차이만큼이나 현격한 구별이 존재한다.

현대는 애기보다 반려견이 흔한 시대이다. 인간의 심성이 밴드웨건에 지배당할지 아니면 언더독을 따라갈지는 길들여진 개와 야생의 늑대와 함께 진화의 춤을 추며 달려온 우리 인류에게는 모순적 원리의 지배를 받는 선택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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