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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해 May 07. 2024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말,은쟁반에 금사과 같은 말씀


2024.05.07

말 잘하는 사람과 잘 말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는 입이라는 지체를 사용하여 우리가 깨어있는 동안 무언가를 끊임없이 먹어야 하고 또 한편 입을 통해 무언가를 끊임없이 말하면서 한 생을 살아간다.


먹을 것을 입에 넣을 때는 오감을 통해 몇 번씩이나 확인하고 설사 무엇을 덥석 먹고 입안에 넣고도 혀를 통해 이상을 감지하면 그대로 뱉을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며 요행히 혀를 통과해 위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구토, 설사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상존한다.

같은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은 발성기관을 통해 나오는 즉시 그대로 대화 상대의 진화된 턱뼈인 달팽이관을 통해 미묘한 떨림까지 잡아낸 다음 우리의 뇌로 들어가고 뇌에서 충분한 숙고와 판단을 거쳐 광속으로 우리 몸에게 정보를 내려 우리가 그다음 어떤 판단을 할지 결정하는 메커니즘에 우리는 놓여 있다.

이와 같은 경로로 우리는 먹을 것을 입에 넣어 소화시키고 몸을 움직이면서 살아가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같은 입으로 다른 사람과 말을 하고 그 대화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고 이것이 우리의 일상이라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음식을 입에 넣을 때 온갖 정보를 바탕으로 오감을 활용하고 먹어야 몸이 건강해지듯이 대화도 입에서 나올 때 심사숙고 하지 않고 무심코 내뱉으면 그 말은 재앙으로 상대에게 다가가 상대방의 달팽이관을 울리고  광속으로  전파되어 온몸으로 느낀다. 즉 같은 입을 통한 말의 여정  음식의 여정 사뭇 다르다.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게임은 끝난다. 이와같이 말은 직진성이요 불가역 행동이며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며 총신을 통과한 총알과 같다. 한마디로 일은 벌어졌으며 수습할 수도 주워 담을 수도 없는 엎질러진 물과 같은 것이 바로 의 속성이다.

한번 엎질러진 물을  아무리 쓸어 담으려고 해도 이미 바닥을 적시듯이 입을 출발한 말도  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이  상대방의 귀에 그대로 꽂히고 귀에 꽂힌 말은 광속으로 온몸으로 전파되는, 작전상 후퇴도 윷놀이판의 백또도 존재하지 않는 오로지 직진상의 경로를 향해 달려가는  눈 옆을 가린 마와 같은 것이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마치 경주마를 잘 다루는 발군의 기량을 가진  기수와  같이 실제로 해내기가 너무도 어렵고 해낸다 하더라도 소수의 선택된 사람이나 가능한 재주임에 분명하다.


이 재주가 나에게 있다고 과신하고 말을 달리면 경주마에 올라타는 즉시 낙마하여 목숨이 오락가락할지도 모른다.

잘 말한다는 것은 잘에 방점이 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할 때 그 일이 무엇이든 잘 해내야 하듯이 말도 그 말이 길들인 말이든 야생마든 무관하게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일을 하던 신중하고 경우에 맞게 살피고 생각하고 되내어 보기도 하면서 남이 듣기 전에  자신에게 들려주는 중얼거림을 동반한 성찰과도 같은 출력필터로서 입을 놀려 을 할 때 비로소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듯이 말을 하여 은쟁반에 독사과를 금사과로 바꾸는 말씀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불쑥 아무렇게나 내지른 말과  필터링을 통과한 말씀은 마치 은쟁반의 독사과가 금사과로 바뀌는 기적과도 같으며 말말말 말의 홍수 속에 사는 우리들 가슴에 따뜻한 위안이 되는 쓰임을 완수한  말씀이  심신을 정화하고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 문명의 절대반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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