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6.14
인류의 족적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보면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로 구분된다.
문명의 출현은 언어의 사용과 궤를 같이한다. 즉 말과 글이라고 하는 극강의 표현 수단 이전에 우리 인류는 어떻게 자기를 표현하며 소통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그림이라고 하는 기록과 상상의 도구가 말과 글 이전에 우리 인류를 인류답게 키워 온 원동력이라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자유로워진 앞발을 가지고 우리 인류는 쉴 새 없이 무언가를 만들고 다듬는 행동을 통하여 앞발, 즉 손의 기능을 극대화하였고 이러한 행동이 뇌를 자극하여 뇌의 질적 양적 성장을 가져왔으며 이러한 뇌와 손의 폭발적 공진화를 통해 우리 인류는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먹고 살만 하다고 드러누워 쉬거나 잠만 자지 않은 우리 인류가 빠져든 것은 뇌를 통해 생각하고 손을 가지고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끄적대면서 뇌는 손에게 손은 뇌에게 어떨 때에는 속삭이듯이 어느 순간에는 명령하듯이 리듬과 가락, 강약과 템포를 가지고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면서 공진화한 지체로 달려왔다.
알타이 암각화, 라스코 동굴벽화, 반구대 암각화 등 수많은 선사시대 미술품을 통해 우리는 역사 이전의 인류의 삶을 엿볼 수 있으며 인류가 뇌와 손을 통해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이 말과 글로 바뀌는 문명의 태동기를 얼마나 착실히 준비했는가를 목격하게 된다.
비록 우리가 글로 기록된 역사시대에서 문명이 만든 세상에서 인간으로서 지식 기반의 삶을 살고 있지만 우리의 뿌리는 자연에서 수렵채집과 사냥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고 자연의 지혜에서 영감과 직관을 받은 사람들이 손과 뇌를 공진화시키면서 그린 온갖 그림이 우리 문명의 든든한 펀드멘탈임을 자각할 때 선사시대의 지혜와 역사시대의 지식이 한데 어우러져 우리를 표현하는 강력한 도구로서 그림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뇌와 손의 공진화가 선사시대에 그린 그림을 거쳐 문명을 일으켜 역사시대를 열었지만 자연의 지혜와 함께 하는 선사시대의 그림에 비해 문명의 시크릿 코드 언어는 추상화되고 파편화되어 손과 뇌의 조화로운 공진화가 아닌 세뇌라고 하는 부조화스러운 지식기반의 문명세상을 살다 보면 우리는 실체적 진실보다는 세뇌된 거짓에 홀라당 넘어가기 쉬운 세상을 만났다.
이제 그 시크릿코드, 언어는 사이버라고 하는 문명의 양해 속에서 더욱더 자연의 지혜에 유리된 체 세뇌에 기반한 지식의 주입 단계에 이미 깊숙이 들어섰고 그 도구마저 더 이상 말과 글로써만이 아닌 우리가 두고 온 선사시대의 도구인 그림을 그래픽이란 이름으로 재탄생시켜 사이버 세상을 완성하려 하고 있다.
이제 세상은 점점 더 묵언수행의 사이버 세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 그 세상에서는 더 이상 말과 글의 효용이 사라질 것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말과 글이 더 이상 인간의 입과 손 그리고 뇌의 공진화된 리드미컬하고 하모니로 가득한 말과 글자가 아닌 AI로 통칭되는 기계와 인간이 공진화하면서 그림이라고 하는 인간의 능력이 그래픽이라고 하는 명멸하는 전기신호에 의해 우리의 뇌가 공진화하는 문명의 특이점 앞에 우리 모두는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