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3
도 아니면 모다.
중간이 없는 한국인의 특성을 말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놀이를 이야기할 때나 세시풍속을 말할 때 대표적으로 등장하고 빠지지 않는 놀이 문화가 윷놀이이다.
남녀노소가 그저 윷 작대기를 윷판 위에 던지는 재주만 있으면 참가할 수 있는 윷놀이는 한국인의 대표놀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돼지 개 양 소 말, 즉 도개걸윷모로 상징되는 윷판의 동물들을 말 삼아 냅다 달릴 때 한 번 던져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지는 윷과 모가 나오기를 학수고대하며 윷이요 모요 하면서 윷작대기를 던지지만 어느 순간 추격자가 될 때면 도는 물론이고 개 걸도 상대방의 말을 잡기 위해서 반드시 나와야 할 패 임에는 틀림없었다.
이처럼 윷놀이 판은 승자와 패자가 엄연히 갈리는 말을 어떻게 쓰느냐 올리느냐 내리느냐 홀로 내달리느냐 기다렸다가 합쳐 가느냐 지름길로 가느냐 돌아가느냐
라고 하는 온갖 전략이 너무나 난무하는 승부의 장에서 호기롭게 외치는 한마디가 도 아니면 모라고 하는 승부를 거는 한마디가 아닐까?
꿩 대신 닭이다.
만두피 속에 들어가야 할 꿩고기 대신에 닭고기라는 의미는 사냥을 통해 잡는 꿩고기와 사육을 통해 잡는 닭고기만큼 다르다.
이 다름을 인정하나 그래도 타협하며 살아가는 길들여서 사는 우리의 모습이 꿩대신 닭이란 말일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승부를 다투는 건곤일척의 싸움에서는 모 아니면 도라고 하는 결기를 가지며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모험적인 시도를 마지않아야 하며, 승부가 끝나고 나서 주어진 결과에 대해서는 꿩대신 닭이라는 마음으로 인정하고 타협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아닐까?
리더십은 올바른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고, 관리자는 주어진 일을 올바르게 하는 사람이다(Management is doing things right; leadership is doing the right things).” 경영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말마따나 우리의 삶은 올바른 일을 제대로 하는 소수의 리더와 주어진 일을 올바르게 하는 다수의 국민들이 서로가 서로를 끌기도 하고 밀기도 하는, 견인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올바르고 무엇이 제대로 인지에 대한 전제가 명확해야 한다.
이것을 우리는 시대정신이라 하기도 하고 가치관이라 하면서 모두가 방심하거나 태무심하여 한심한 지경에 빠지지 않게 하려고 정심에 들며 마음을 다잡고 전후좌우 사방팔방을 둘러보며 살피고 헤아리며 나라의 흥망성쇠가 한순간의 구국의 결단에 달려있는 순간을 마주하면 도 아니면 모라는 마음으로 배팅을 해야 할 때도 있고 세를 얻지 못해 버티고 살아남아야 할 때가 오면 꿩 대신 닭이라는 마음으로 현실과 타협하며 어려운 때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도개걸윷모를 통해 돼지 개 양 소 그리고 말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전통을 놀이로 승화시킨 대단한 민족이 우리 임에도 불구하고 이이제이라고 하는 외세의 휘둘림에 얼이 썩어 모 아니면 도라고 하는 위기를 돌파하는 개척정신이 적과 아군 내편과 너 편으로 나뉘어 죽기 살기로 싸우는 이전투구로 변질되고 싸움에 지쳐 꿩 대신
닭이라며 올바르지도 않고 제대로이지도 못한 불명확한 전제하에 주어진 일을 올바르게 한다고 우리들의 문제가 해결되기에는 우리는 너무 멀리 와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