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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영원으로

by 윤해



2024.06.18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그 결과는 예측불허이다.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즈가 사용한 아마존 밀림에 조그마한 나비의 날갯짓 하나가 뉴욕에 태풍을 일으킨다는 나비효과는 기상뿐만 아니라 지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지구의 시각에서 보면 지각에 붙어살며 지구에 기생하며 생존해 나가고 있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전체가 아닌 부분으로서 지구를 이해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생명체이다.

어쩌면 인간 문명의 정수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치열하게 노력한 산물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문명을 일으킨 동인도 나는 누구고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라고 하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출발한 곳이 어딘지 망원경을 발명하여 살펴보다가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 우리 인간을 잡아먹으면서 우리가 어디로 가는 지를 알려주는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의 존재를 밝혀내기 위해 현미경을 발명한 인류는 결국 나는 누구인가를 알기 위한 위대한 여정을 출발하였다.

망원경을 통해 거시계의 우주를 인간의 인식범위까지 끌어왔고 현미경을 통해 미시계 미립자의 존재를 밝혀내었지만 나는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거시계와 미시계를 관통하면서 흐르는 불확정성의 섭리를 깨닫지 않고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는 인간으로서의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거시계 우주와 미시계 미립자라는 공간과 유한한 생명이라는 시간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 즉 삼간이라는 matrix 안에 갇힌 존재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자기가 갇힌 지구라는 자궁으로서 matrix를 이해하고 밝혀내기 위해 행렬이라는 matrix, 즉 명쾌한 이론과 간결한 기호를 만들어 수학과 물리학 양자역학까지 나아간 과학문명의 위대한 역사가 나는 누구인가를 밝히려는 단 하나의 명제에서 출발하였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처럼 지상에서 영원으로 내달리는 우리의 삶에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고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도, 누구와 만날지도 모르는 미래는 미스터리로 가득 차 있다. 다만 우리는 일어났던 과거의 역사에서 "만약에 말이야~"라고 가정을 하면서 과거의 우리를 현재로 소환하여 현재의 바람대로 가지 않은 길을 상상하면서 아쉬움을 달래지만 지금 현재 우리가 뿌리는 나비의 날갯짓 같은 수많은 판단과 결정 그리고 그러한 판단과 결정의 주인공인 우리 인간의 생사마저도 행과 열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는 matrix 안에 확정되지 못하는 수억 겁의 인연과 우연이 희비쌍곡선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새삼 아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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