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0
생과 사, 삶과 죽음 사이에서 유한한 시간을 살면서 공간 속에서 이성과 감성으로 한 생을 사는 생명체로서 우리가 직면하는 환경은 그때그때 우주의 리듬에 따라 리드미컬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 속에서 인간으로서 사는 우리는 어떤 스탠스로 중심을 잡고 사는가가 우주에서 지구라는 행성을 주어진 시간 안에 여행하는 여정을 만족스럽게 마치느냐 마느냐의 관건이 아닐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말은 때때로 더 큰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시각문명 속에 익숙하게 살다 보면 우리는 우리 삶의 전모를 모르고 단순히 본다는 기능, 시각 등을 담당하는 우리 인체 중에 있는 말단의 지체에 너무 빠져 우리 스스로 우리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보거나 나아가 그 대상에 대해 인식을 하는 행위는 단순한 메커니즘이 아니다. 억겁과도 같은 생명줄에서 한 번도 끊기지 않고 내려온 우리 내부의 판단이라는 굳건한 기초가 받쳐준 토대 위에서 우리는 판단하고 시행착오를 통한 지구에서의 진귀한 경험을 차곡차곡 우리의 유전자 깊숙이 내장된 유전정보에 저장하는 값진 여정하에 우리가 놓여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생명으로서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에 대해 대체로 무지함을 아는 무지의 지에서 출발하여야 우리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고 그 이해에 기반하여 우리가 직면하고 살아가는 삶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눈이 핑핑 돌아가는 급속한 변화를 기술의 진보라 이름 짓고 그 진보에 올라타지 못하고 사라져 간 수많은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이 압박감의 실체를 온몸으로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시각문명 중심의 현대문명은 시각으로 살아가는 물고기 같이 직진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마치 후퇴는 없고 전진하는 것만이 미덕으로 치부되는 현대문명은 오로지 결승선을 향해 달려가는 두 눈 옆을 가리고 돌진하는 경주마를 보면 그 전모가 보일지 모르겠다.
이러한 경주마의 함정은 수단과 목적, 즉 본말과 가치가 전도되기에 적합한 환경에 우리를 데리고 가서 끝없는 경쟁심리와 함께 열등감을 심어주고 결국에는 시각 지체와 비교불가인 우리의 유전자를 변형시키고 파괴하여 우리의 소중한 유전정보를 빼내고 용도폐기된 우리의 생체와 함께 건너 돌아갈 다리마저 불사르는 것이다.
호기심, 진기한 것에 대한 시각문명의 유혹으로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진 것 같으면서 내부적으로는 피폐해져 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우리는 시각문명을 잘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되고 우리의 지체가 억겁의 시간에 걸쳐 쌓아 올린 유전자라는 물결이 유전정보라고 하는 강물을 따라 도도히 흐른다는 것을 망각한 체 보이는 것이 다라고 하는 그릇된 시각문명의 편견 속에서 익숙하고 중독되며 편한 삶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이 도에 있어서 먹다 남은 밥 찌꺼기 같은 군더더기 행위이다(其在道也 餘食贅行)
아버지가 등에 지고 있던 지게를 받아 눈을 지고 우물에 한 짐 한 짐 부어 넣는 아들의 행위는 어쩌면 시각문명 속에 부속품 같이 살아가면서 열심히 몸부림치고 우리가 지게를 지고 옮기는 눈은 우물에 들아가자마자 그야말로 우물물에 눈 녹듯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결코 눈으로 우물을 메우지 못한다는 명확한 사실 앞에서도 눈으로 메우려는 ‘우물’을 보지 말고, 눈이 녹아내리는 우물 안의 ‘물’을 보라고 하는 현상 너머 본질을 보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주저 주저하며 지게라는 업의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현대인의 초상과 "이건 정말 무모한 일이야, 아무리 아버지 말씀이라도 우물에 눈을 져다 부을 수는 없어”라며 지게를 벗어던지는 아들의 행동에서 생명줄은 끊임없는 세대 간의 도전과 응전으로 점철되는 세대 갈등 속에서 성장하는 일시무시한 한 편의 대하드라마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본다.
이제 그 세대 갈등을 통한 문명의 성장드라마마저도 인공지능(AI)이라는 빅브라더의 출현으로 갈등이 감탄과 경탄일색으로 바뀌는 오늘날 또 우리의 시각문명은 어떤 성장스토리를 쓰면서 기계와 인간의 콜라보를 여전히 감탄과 경탄으로 이어갈지 아니면 갈등에 이은 재앙으로 몰고 갈지는 아버지와 아들이 세대를 가로질러 우물에 눈을 부어 넣으면서 갈등의 대하드라마를 쓰듯이 우주와도 같은 우리 인간의 우물과도 같은 여백에 AI가 눈으로 메우면서 현상 너머 본질을 추구할지 아니면 우리의 우물 같은 여백을 흙으로 완전히 메꾸어 봉인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문명의 특이점 앞에 우리는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