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1
지질학 전문 용어로서 지층과 지층 사이의 단절을 의미하는 캐즘(chasm)이 경제학 용어가 된 것은 1991년 미국의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제프리 무어가 그의 저서에서 처음 쓰기 시작하면서 확립되었다.
지질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인사이트는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의 주인공 엔디가 살인누명을 쓰고 가석방 없는 무기수로 복역하면서 교도소 내에서 뭐든지 구하는 능력자 교도소 동료 레드에게 체스 장기말을 만드는 바위 다듬는 끌을 구하여 감옥 벽에 탈출용 구멍을 내면서 "지질학은 압력과 시간의 학문이다"라는 유명한 대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바위 다듬는 체스 말을 만드는 끌로 쇼생크 감옥 독방벽을 밤새 긁어 내어 아침 죄수들 운동시간에 호주머니와 죄수복 사이에 숨겨 감옥 마당에 털어내면서 탈옥을 계획한 앤디에게 독방 감옥벽은 지질학의 거대한 지층이었고 그 지층의 벽을 돌파하는데 몇 백 년이 걸릴지 감히 계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두께를 알 수 없었던 감옥벽 사이의 틈의 존재를 발견한 앤디에게는 그 틈이 지질학의 지층과 지층 사이의 단절인 캐즘을 발견한 지질학자의 경이로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희망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영화의 결말과 같이 엔디는 압력과 시간의 학문인 지질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쇼생크를 탈출하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캐즘이라는 시궁창을 헤치고 나와 마침내 자유를 쟁취하면서 주먹을 불끈 쥔 앤디의 포스트 배경에 다음과 같은 멘트가 기억난다.
"FEAR CAN HOLD YOU PRISONER, HOPE CAN SET YOU FREE"
두려움은 당신을 죄수로 살아가게 한다.
희망이 당신을 자유롭게 하리라.
이처럼 캐즘은 단절로 출발했지만 여백이 되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되고 그 크레바스와 같은 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 캐즘은 시궁창이 되어 우리를 두려움에 사로 잡힌 죄수로 만들지만 캐즘을 희망으로 메우면 우리는 희망으로 소중한 자유를 쟁취하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사건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달려있다.
의미적 존재로서 우리는 수많은 의미의 집합체 니즘을 만들어 내었다. 도저히 자연환경에 대항할 수 없는 무력함을 설명하기 위해 원시 인류는 샤머니즘을 만들었고 샤머니즘은 헬레니즘과 휴머니즘을 거치면서 다위니즘을 통해 메커니즘이 되었으며 이 메커니즘이 모더니즘이 된 세상과 만나 우리가 살고 있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궁금하다.
모더니즘 세상에서는 별별 니즘이 난무한다. 예를 들면 페미니즘, 입세니즘, 샤니니즘, 쇼비니즘, 오어니즘, 피로니즘 등등
가져다 붙이면 니즘이 되는 세상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어떤 일에 어떤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한 생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악명 높은 쇼생크에 갇힌 두려움에 떠는 죄수가 될지 캐즘에 니즘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희망으로 바꾸어 자유인이 될지는 오로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어떠한 니즘에 따라 행동하는가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