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30
제자리걸음만 해도 신발은 닳는다. 우리 삶이란 것이 태어나서 한평생 살다 보면 문득 드는 생각이 뭔가를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어느 한순간 문득 제자리를 맴돌고 있고 발을 들어 신었던 신발을 보면 분명 출발할 때는 반짝반짝했던 새 신발이 여기저기 해지고 신발밑창은 어느새 닳아서 반들반들 해져 있다는 기분을 경험하곤 한다.
한평생을 순탄하게 살아도 우리가 세상에 올 때 입고 온 육체라고 하는 옷이 성할리 만무하고 더해서 세상이 심어둔 갖가지 고정관념과 허상 속에서 하늘의 별, 사막의 신기루를 쫒으며 너덜너덜 해지고 헛헛해진 마음의 상처는 또 어디에서 달랠 수 있을까?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치기 어린 소싯적에는 비판적으로 세상을 보면서 도무지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어 확 세상을 갈아엎을 태세로 세상 탓 부모탓 남탓하는 구석기 동굴 벽면에도 새겨져 있는 만고의 진리 " 요새 젊은이들은 버릇이 너무 없어"를 몸소 실천 안 하면 큰일이라도 난 듯 설쳐 댓 지만 세상 탓 남탓 하던 젊은 날의 업보가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이제는 모든 것이 내 탓이오만을 자복하며 오로지 세상은 잘 모르겠고 가정의 평화만 지키면 족하리라는 소박한 꿈도 새롭게 등장하는 ' 요새 젊은이'들에 의해 여지없이 박살 나고 가끔씩 살아나는 공격본능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면 여지없는 꼰대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어쩌면 남 탓 세상 탓은 척추동물의 숙명 같은 것이다. 등뼈를 가운데 두고 우리의 중요한 감각기관은 앞에 위치해 있으면서 사는 동안 먹고 , 파트너를 찾고를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성공과 실패는 다음 반복을 위해 성공은 철저하게 자기가 잘한 일 실패는 철저하게 운이 없고 주변환경과 다른 동료가 도와주지 않아서 그렇게 되었다는 남 탓, 주변 탓을 해야만 자고 일어나 다음날 또 쌩쌩하게 먹이사냥을 나갈 수 있었다. 자기 탓으로 돌리면 아마 그는 다음날 먹이사냥에 참가하지도 못하고 동굴 속에서 머리를 쥐어뜯고 자책하면서 굶어 죽고 파트너도 만나지 못했으며 물론 자손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수백만 년을 이렇게 살아남은 인간 조상의 후예인 우리 본능 안에는 뼛속깊이 남 탓, 세상 탓이 자리 잡고 있음을 우선 인정해야 한다. 이 본능은 생존과 연결된 뿌리 깊은 본능이라 제거는 어렵고 다른 어딘 가에 전가를 하던가 승화를 하는 수밖에 없어 우리 인류는 왕을 만들었고 종교를 믿었다. 오죽하면 십자가를 탓 기둥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것이다.
인류의 진보는 어쩌면 이 탓이라는 본능을 제어하고 전가하고 승화시키는 안간힘 인지도 모른다. 모든 공부, 모든 경전에서 정수 한 가지만 꼽으면 바로 남 탓을 내 탓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 지나가야하는 이성과 본능과의 지난한 싸움이었다.
더구나 왕이나 국가지도자, 종교 창시자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제1 덕목이 바로 내 탓이요 이며 이 내 탓을 지고 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국가의 리더로서 가장 큰 결격사유를 가진 사람이며 절대로 국가룰 이끌 자격이 안 되는 자인 것이다.
우리는 탄핵이라는 극단적인 남 탓을 경험한 국민이다. 탄핵 후에 들어선 탄핵세력들에 의해서 행해졌던 수많은 어안이 벙벙한 내로남불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내 탓이라며 머리를 싸맸으며 내로남불을 자행한 집권세력은 연일 남 탓이라며 싸우는 주객전도의 어처구니없는 세월을 보냈고 정책을 세우면 대책을 세울 텐데 땜질식 대책만 남발하는 자들에 의해 속수무책 내 탓 밖에는 할 수 없음에 우리는 괴로워했다.
국가나 사회나 원래 리더는 탓을 뒤집어쓰고 이 탓을 승화하여 모두가 나아가야 할 길을 터는 존재다. 즉 남탓하는 국민들을 설득하고 태워서 운전대를 잡고 보다 나은 사회라는 터진 길로 나아가는 사람이지 제 한 몸 지키겠다고 세상 탓 남 탓 국민탓 하면서 운전대를 잡고 역주행하는 자가 아니다.
대발이로 유명했던 '사랑이 뭐길래'라는 드라마의 OST를 부른 가수 김국환의 인생을 역전시킨 타타타의 가사는 지금 음미해 봐도 한 편의 시로 손색이 없다.
내 탓이오 운동을 벌였던 돌아가신 김수환추기경의 말씀이나 타타타를 부른 김국환 가수의 잔잔한 노랫말이나 저변에 흐르는 인생의 섭리는 먼 곳에 있는 추상적인 파랑새를 쫓는 최대행복추구자가 되어 사사건건 남 탓 만을 일삼는 인간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이곳에서 소유보다는 존재를 사랑하고 이기심이 아니라 이'타'심에 올라'타' 공동체를 희생, 헌신, 나눔으로 '타'오르게 하는, 탓탓탓이 타타타로 바뀌어 자기만족의 지점을 알고 인정하는 최대만족추구자로 거듭날 때 우리는 비로소 인간이 아닌 사람으로서 북두성의 주성
자미성(紫微星)의 천자와 같은 운명으로 한 생을 멋지게 살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