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5
부분과 전체, 우리가 세상을 살다 보면 가장 헷갈리는 단어이며, 도무지 종잡을 수 없고 이해되지도 않는 개념이다.
우리 문명은 지금 현재는 누가 뭐라 해도 과학 기반 문명이다. 즉 대상을 잘게 나누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이며 어느덧 우리는 나누고 나누어 최소단위의 지경까지 나누는 행위에 매우 익숙해 있다.
나누어 주변을 파악하고 알아가는 믿음은 우리 몸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 일상을 사는 현대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러면 나눈 조각조각들을 최소단위까지 확실하게 나누고 설명할 사람들이 우리는 필요하다. 그리고 그 조각의 전후 고리를 잇고 자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역할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과학문명 기반의 분업화된 사회의 모습이다. 이 분업화된 사회에서 나누어진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출현한 것이 계급이요, 같은 계급 하에서 더욱더 잘게 나눈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출현한 것이 specialist이다.
계급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조직이 아마 군대 조직일 것이다. 나라의 명운을 좌우하는 군대계급은 장병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장교와 병사라는 큰 틀이 있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등병에서부터 대장까지 자잘한 계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군대계급의 정점에 있는 스타, 별을 달게 되면 부분을 맡는 영관급 장교와 구별되는 종합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장군, 즉 영어로 general이라고 한다.
20대 학창 시절 나는 늘 궁금하게 생각되었던 것이 교양과정에서 느슨하게 나누어진 과목이 전공과정으로 들어가면 좀 더 분화가 진행되고 대학원 석사과정에 들어가면 전공이 더욱더 잘게 나누어지고 박사과정이 되면 학위논문 topic 수준으로 좁혀지고 나누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왜 이러한 학문을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학위가 넓을 박자를 써서 박사학위인지 궁금했고, 박사학위는 바늘 끝을 의미하는 첨사학위가 되어야 한다고 내심 생각하곤 했다.
물론 치지의 근본원리가 넓히고 좁히기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는 하지만 이 넓히고 좁히는 능력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이 능력을 가지고 어느 한 분야로 진입하여 파고들어 specialist가 되는 순간 가족을 부양하고 그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어 계급사회에서 인정받으려면 좁힌 분야에서 다른 사람이 쫓아올 수 없을 정도의 자신 만의 동굴을 파고 깊게 들어가야 하고 이러한 사람을 우리 사회는 전문가라고 부른다.
좁고 깊은 나만의 영역을 구축한 전문가는 이제 더 이상 깊게 판 자신 만의 동굴에서 돌아 나와 넓히고 전체를 아우르는 generalist가 되지 못하는 단계에 서있고 마음속 깊은 불균형의 상실감을 느끼면서도 일상의 반복되는 과제 속에서 딴생각 못 하고 하루하루를 살아나갈 수밖에 없는 운명의 굴레에 놓인다.
낮에는 운명이 우리를 업의 세계인 specialist로 인도하지만 해가지고 어둑해지거나 해가 뜨기 전 미명에는 덕의 세계인 generalist가 되라는 숙명이 우리를 지배한다.
우리는 전체인 동시에 부분이요, 나누는 동시에 종합해야 하는 존재이다. 하루를 기준으로 specialist와 generalist가 반복되어야 하고 평생을 기준으로도 이러한 균형감을 견지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의 일생은 반쪽 인생일 수밖에 없다.
부분과 전체, 나눔과 종합, 업과 덕이 교차되는 세상에서 균형을 잡고 specialist이자 generalist로서 한 세상을 산다면 우리 한 생은 충만한 삶이 될 수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