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8
인간들이 모여사는 세상에서 무언가를 도모하고 일을 하면서 늘 드는 의문이 어디까지가 졸속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며 어떻게 해야 완벽하게 일을 한 것이 되는 것인지 늘 모호하며 의견이 분분하다.
그리고 졸속(拙速)과 완벽(完璧)을 가르는 담벼락은 어디쯤 위치하고 어디까지가 합당한 것인가를 놓고 세상은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법이다.
어쩌면 애초에 존재할 수도 없는 경계를 두고 갑론을박을 하다 보면 배가 산으로 가는 상황에 직면하고 저마다 마음을 모으지 못하고 백인백색으로 갈라져 분열하고 마는 것이 흔히 보는 세상의 모습이다.
전쟁은 예로부터 전격전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시간에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장소를 모든 화력을 총동원해서 적의 가장 약한 고리를 기습선제공격 하고자 하는 총사령관의 머릿속은 졸속과 완벽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클라우제비츠가 말한 마찰과 안개라고 하는 75%라 넘는 불확실성이라는 안개를 헤치며 병력 간의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우연에 의지하여 승리를 쟁취하고자 하는 운의 영역으로 자신의 군대를 투입하는 것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고 주장하며 거친 외교, 전쟁이라는 극강의 도구를 사용하여 어떤 비극적 과정이라도 감수하며 자신의 정의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전쟁광의 머릿속에도 늘 졸속과 완벽이라는 판단을 두고 안갯속에서 우연의 힘에 올라타 자신의 운을 시험하는 것이 기습 선제공격, 전격전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속칭 선빵인 것이다.
선빵을 통해 상대방에게 궤멸적 피해를 주지 못하면 뒤이어 벌어지는 전쟁의 양상은 총력전이다. 전쟁 중에 비약적인 기술의 발명이 일어나는 시점도 이즈음이다. 수학적 가정을 통해 한발 한발 나아간 기술의 진보가 나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고 나라의 흥망이 한순간에 갈라지는 누란의 위기에서는 그 어떤 수학적 가정이 아닌 실체적 팩트로 다가와 모두의 머리와 몸을 승리를 위하여 최대한 쥐어짜는 총력전의 모습으로 전쟁의 양상은 바뀌는 것이다.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졸속(拙速)과 완벽(完璧), 안개와 마찰, 우연과 운이라는 갖가지 변수 속에서 기준을 세우고 경계를 세우는 일이 지휘관이 반드시 해야 할 책무이다. 군대는 지휘권이 위로는 총사령관부터 아래로는 분대장까지 일사불란하게 확립된 군대와 그렇지 않은 군대와는 출발부터가 다르다. 계급이 깡패인 군대에서 조차 지휘권을 상징하는 푸른 견장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해야 하며 그것이 바로 군기의 엄정함이다.
완벽(完璧)하게 준비된 6.25 당시 북한군의 기습 남침을 졸속(拙速), 말 그대로 맨손으로 막아내고 적의 진군을 지연시켰던 엄혹한 전사를 가진 우리 국군에서 전후 경제를 일으켜 세우고 군을 현대화하면서 완벽(完璧)에 가까운 무기와 장비와 작전운용개념(OCD Operational Concept Document)과 같은 정교한 도상 시뮬레이션까지 갖춘 우리 군에서 장군들 간의 항명과 지휘체계 문란과 같은 군기의 해이함이 드러나는 것은 전쟁도 하기 전의 적전분열이며 청춘을 조국에 바쳐 병역을 이행한 수많은 청년들을 향한 모욕이다. 자신의 목숨을 저당 잡혀 나라를 지키고 군기의 엄정함 때문에 지휘체계에 복종하다가 사라져 간 무명용사들에게 장군들은 어떤 변명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용산의 국방부 담벼락에 헌병의 우악한 제초작업에도 살아남아 이번 여름에도 피어있을 능소화의 꽃말, 여인의 기다림과 그리움이 전쟁의 참상 속에서도 명예스러운 군인에 의해 지켜질 그날을 위해 능소화는 꿋꿋이 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