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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이라는 불씨를 살린 팀 코리아

by 윤해



2024.07.20

호모사피앤스가 절멸의 위기를 넘기고 폭발적인 문명을 건설한 동인 중에 하나를 꼽자면 불의 발견이다.

원시 인류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벼락과 번개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벼락과 번개를 맞은 마른풀과 나무에서 불씨를 모으고 유지관리 하고 제어하고 응용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문명을 일으켜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기는커녕 생존 자체도 허락되지 않는 가혹한 운명에 내몰렸을 것이다.

이처럼 순간의 판단이 백 년 아니 영원을 좌우한다는 숙명을 인식하고 엄혹한 운명을 헤쳐 나와 생존은 물론 문명의 번영까지 나아간 위대한 지혜자로서 호모사피앤스의 뜨거운 피가 세대를 타고 우리 인류에게 흐르고 있음에 우리는 감사해야 할 것이다.

불은 우리 인류의 문명을 가능하게 한 하이테크 기술이며 이러한 불씨를 살리고 관리하고 개발한 역사가 우리 문명의 하드웨어이며 알파와 오메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을 향한 인류의 욕망이 문명을 차원이 다르게 성장시켰고 불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살상무기가 되기도 하고 인류문명을 번영으로 이끄는 에너지원이 되기도 한다.

인류 최초의 원폭실험 맨해튼 프로젝트의 주인공 오펜하이머의 독백처럼 지옥의 문을 열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리틀보이와 팻맨으로 인해 우리 인류는 불씨의 끝판왕 핵폭탄의 위력 앞에 치를 떨었으며 그와 더불어 불을 발견한 이후 처음으로 핵전쟁으로 인한 인류의 공멸이라는 지옥의 문 앞에 서있게 된 것이다.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수십만의 사상자를 내고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한반도에 진주한 미군에 의해 미군정이 시작되고 미군정이 끝난 뒤 탄생한 우리 대한민국의 건국의 이면에는 원자폭탄을 직접 맞아본 민족으로서 핵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 절대무기로서의 핵의 의미를 그 어떤 국가나 민족보다도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란 막연한 추측을 해본다.

원자폭탄으로 탄생한 나라의 후손답게 우리는 여전히 북핵이라는 골칫덩이를 머리에 이고 있고 한세대가 넘는 지루한 협상과 제제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핵무력을 완성한 북핵을 보면서 이제 우리도 핵무기를 개발해야 하나 마나를 두고 치열한 갑론을박을 하고 있으며 각자도생과 진영에 줄을 서야 하는 신냉전이라는 국제질서 속에서 나라의 명운을 건 외교적 줄타기를 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점에 서있는지도 모른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 한국원자력연구소 설립과 박정희 대통령 정권에서 시동을 건 대한민국 원전건설의 역사는 한 땀 한 땀 피와 눈물이 도배된 선각적 지혜를 가진 지도자와 척박한 토양에서도 반드시 번영된 나라를 일구고 말겠다는 히든히어로가 개척한 국책사업이었다.

남과 북이 걸어온 체제만큼이나 다르게 한 쪽은 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해 인민을 도탄에 빠지게 하고 도로 조선의 혼군의 처신에 여념이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는 반면에 일찌감치 원자력 발전이라는 핵의 평화적 이용에 눈뜬 탁월한 지도자의 혜안에 힘입어 산업화를 통한 국가의 번영을 추구하고 빈곤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1971년 3월 고리에서 1호기 착공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의 원전 생태계는 힘차게 시작되었다.

핵은 이처럼 선용하면 문명의 번영과 평화로운 일상을 구가할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되지만 악용했을 경우 전 세계적인 제제에 직면하여 고립을 자초하고 주변국과 긴장을 고조시키며 국민을 가난에 허덕이게 만들고 겨우 독재자의 한 줌도 안 되는 권력을 지키는 위험한 장난감이 되기가 십상이다.

체코 24조 원전수주 우선협상자가 된 것은 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의 원전 수출이자 지난 정권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생태계 와해를 딛고 일어선 세일즈 외교의 결실이다.

불은 불가피하게 다스려야 하는 것이지 불의 불필요한 점만 강조하다 보면 정말 불이 필요할 때 불만 가득 찬 불이 필요한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현대 문명 불씨의 끝판왕 원전을 탈출하기 급급하여 원자력에 대한 공포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인 자들의 머릿속에는 인류문명이 불씨를 간수하고 유지 관리 하면서 한 발자국 씩 전진하여 지금 이 자리까지 와 있다는 호모사피앤스의 지혜마저 외면하고 정치를 하겠다는 졸보들의 만용에 그저 아연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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