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9
한평생을 살아내고도 같이 사는 반려자를 알기는커녕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알 길이 없는 막막함을 느껴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궁금하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술이 들어가면 술술 취하고 꽃향기를 맡으면 정신이 혼미해져 오로지 꽃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기듯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도 무엇에 취한 듯 무엇에 꽂힌 듯 정신줄과 마음의 갈피를 못 잡고 아름다움과 취할 대상을 찾느라 여념이 없는 한 생을 보내기가 십상이다.
이 같은 일상을 한 생 삼아 일 생을 살아가다 보면 대부분의 인생은 자기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진아(眞我)를 찾는 여정이 아니라 세상을 살면서 만나는 상대방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 즉 거울에 반사된 나, 경아(鏡我)를 진아(眞我)로 오해하고 오로지 생존경쟁의 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갇힘을 쓰고 있는 자신의 모습만이 진정한 자신의 자아, 즉 진아(眞我)라고 믿고 사는 것이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서로가 서로를 알아나가는 인생의 여정은 진아(眞我)를 모르고 세상에 취하고 무엇에 꽂힌 경아(鏡我)를 나의 진짜 모습이라 착각해서는 결국 한 생을 살고도 허무한 인생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진아(眞我)와 경아(鏡我)는 소싯적 연애편지 쓸 때 연필로 꾹꾹 눌러쓰는 풋풋한 여학생의 흔하디 흔한 이름이 아니라 그 연애편지를 받은 여학생이 반드시 답장을 줄 것이라는 희박한 확률에 기대어 희망고문을 스스로에게 가하는 여드름 투성이 청춘의 무지함 만큼이나 우리 모두에게 생소하게 다가오는 우리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세상을 사는 인간으로서 가장 생소하게 다가오는 사람은 누구일까? 안해, 식구, 친구, 지인 일상을 살면서 가장 익숙하게 자주 보는 사람이 생소할 수는 없다. 그냥 물과 공기처럼 익숙할 따름이다. 물론 처음 보는 사람은 어색하고 서먹서먹한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매일 매 순간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딱 붙어서 생활하는데 목소리를 듣거나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면 하는 행동, 말하는 억양, 본새 이상하지 않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 한 사람을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란다.
거울에 비친 나를 내가 보아 오다가 영상에 찍힌 나를 보면 이렇게 많이 어색하다.
이제 경아(鏡我)와 진아(眞我)는 짝사랑 여학생의 이름이 아니라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기필코 알아 나가야 할 나의 또 다른 이름임을 알아차리고 그동안 세상이라는 운명의 거울에 비추어진 나, 즉 경아(鏡我)에서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에 반드시 회복하고 찾아야 할 나의 모습 진아(眞我)를 알아나가는 인생의 여정도 이제 우리에게는 숙제와 같은 숙명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