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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시매최 희휘랑요(年矢每催曦暉朗耀)의 인생

by 윤해



2024.07.25


연시매최 희휘랑요(年矢每催曦暉朗耀)

세월은 화살과 같아 매양 재촉하는데
아침 햇살은 언제나 밝고 빛나는구나.


표의문자인 한자는 글자 속 부수마다 다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의미가 조합되고 배열되는 순서에 따라 새로운 뜻이 탄생되고 , 장구한 시간을 거치는 동안 인간과 공간의 콜라보가 진행된 증거들이 문자에 녹아 있기 때문에 한문 문구 하나하나가 쉽사리 해석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시간(時間)이 쏜 화살에 맞아 죽지 마라.

시간(時間)이 쏜 화살이 무엇일까? 시(時)라는 한자를 파자하면 땅에서 해 뜨는 것을 보고 마디마디 자른 모양이다. 간(間)이라는 한자는 문안에 해를 가두어 놓은 모습이다. 화살은 진리적으로 소두무족이라 하여 머리는 작고 발이 없으니 공간 속을 거침없이 날아다니는 무기다. 그러면 시간(時間)이 쏜 화살의 의미가 어렴풋이 윤곽이 잡힌다.


지각 위에서 밤낮없이 이 불덩어리를 관찰하고 잘라보니 규칙적인 주기도 알아냈고 그 운행주기를 시(時)라고 이름 지었다. 시(時)를 고안해 낸 인간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그 불덩어리를 인간이 만든 문안에 가두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시간(時間)을 창조했다. 시간(時間)을 만든 인간은 공간 속에서 이제 영원히 잘 살 수 있다고 안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덩어리가 공간 속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면서 불화살을 맞은 인간의 생명이 유한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서 목격하고 경험한 것을 한마디로 줄이면 모으고 흩어지는 행위와 현상의 반복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세상이라는 거시계를 들여다봐도 옷 한 벌 없이 맨몸으로 왔지만 한 세상을 살아내는 것이 필요한다고 생각되는 것을 모으기 위해 서로 모임을 가지고 모은 것들이 서로 모인 인간들에 의해 흩어지고를 반복하는 행위의 연속을 인생이라 부른다.


어떤 이의 인생은 모으고 흩어짐이 여러 번 일어나며 이 과정에서 풍파를 겪고 팔자가 사납다고 하고 어떤 이의 인생은 한번 모은 것을 잘 지키고 흩어 뜨리지 않아 마치 잔잔한 호수 같은 한생을 보내며 팔자가 좋다고도 한다.


팔자가 좋다고 , 혹은 팔자가 나쁘다고 그 인생의 성패가 판가름 나는 것은 아니다. 팔자가 나쁘면 나쁜데로 팔자가 좋으면 좋은 데로 누구나 한 번쯤 인생의 일탈을 꿈꾸며 욕구불만의 한 때를 보내게 되어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생의 반란은 모으고 흩어지는 팔자를 바꾸는 행위이므로 에너지가 참 많이 든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반란을 꿈꾸지만 , 하룻밤만 자고 나면 그 스스로가 진압군이 되어 반란을 잠재우고 팔자에 순응하여 팔자대로 사는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또 한편 생각해 보면 잘 살아낸 인생이란 무엇일까? 인간이 사는 한생은 모래성을 쌓았다 허물었다 하면서 쌓을 때는 희망으로 들뜨고 허물 때는 허무로 한숨짓는 것이 약한 우리의 모습이다.


이 반복되는 허무를 극복하기 위해 누구는 전심전력을 다해 옆도 돌아보지 않고 무언가를 모으고 또 어떤 이는 과도한 욕심으로 모은 것을 한순간에 날리며 흩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염증을 느끼고 모으고 흩어짐에 벗어나기 위해 종교적 구도의 길로 달려가는 사람들도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은 못하지만 모두의 마음속에는 이 모든 것이 이합집산 합종연횡하면서 하룻밤에도 만리장성을 쌓는 기분으로 업 다운을 반복하고 자고 나서 아침 햇살이 밝게 빛나면 일상이라는 쏜 화살에 맞아 죽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면서 활로를 모색하는 모습이 바로 연시매최 희휘랑요(年矢每催曦暉朗耀)라는 우리 인생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복귀하서 쏜살 같이 날아가는 세월과 함께 언제나 밝게 빛나는 아침 햇살을 보면서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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