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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즉시공 공즉시색

by 윤해



아무 말 대잔치, 친한 사이는 경계가 없어 서로를 경계하지 않으므로 뚜렷이 내세울 것도 없고 의도도 없고 너도 없고 나도 없는 아무 말만 가지고도 웃고 즐기며 배꼽도 쥐고 급기야 장까지도 혼란스러운 난장판인 것 같아도 결국은 대잔치로 끝나는 해피엔딩.

대잔치가 끝나고 이제 뒷감당을 해야 할 때가 되면 우리는 표정을 고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목소리 톤까지 바꾸면서 친함을 끊는 친절한 나로 바뀌는 것이다.

이렇듯 친한 나와 친절한 나는 겉으로만 보면 180도 다른 것 같다.


마치 한여름 밤 깜빡깜빡 보였다 보이지 않았다 하는 반딧불 같기도 하고 , 밤하늘에 모래를 뿌린 듯 반짝거리는 별빛 같기도 하다.


보였다고 있는 것이 아니고 안보였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그냥 우리의 인식체계 안에 들어왔느냐 아니냐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찌 보면 거대한 시간을 놓고 보면 우리의 생사도 마찬가지다.


보였다가 보이지 않았다가 또 보였다가를 반복하는 모습이 생과 사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우리네 인생도 살기 위해 무언가에 집착하고 채우는 삶으로 한 세대를 돌렸다고 한다면 이제부터는 내려놓고 비우는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는 저항하고 또 누군가는 수긍하겠지만 우리의 생명과 숙명이 그렇게 디자인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 불필요한 삶의 소모는 줄어들 것이다.

즉 , 색즉시공 공즉시색 은 우리의 본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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