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8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살아간다는 기분, 참 묘하고도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래도 사회에서 한세대를 살고 난 우리들은 어찌어찌 살아내었지만 자식대, 특히 아들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들려오는 우리 집 남의 집 할 것 없이 아들들의 주눅 드는 소식은 의기소침 그 자체다. 한세대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단출한 자녀수 못지않게 뚜렷하게 달라진 여권신장 나아가 페미들의 과도한 극성을 보자면 한세대 전 학력부문에서 남성우월주의도 그 시절 어머니들의 딸공부 방해문화에 기인한 철저한 미신임을 지금의 상황이 증명하고 있다.
한세대 만에 아들과 딸은 진정한 일합을 겨루고 있고 , 과거 엄마의 지지를 앞세워 잘난 척했던 아들들은 자유경쟁 시장 체제에 놓이자마자 엄마의 속박에서 풀려난 똑 부러지는 딸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아들들은 딸들에 비해서 할 것도 많고 해야 할 의무도 많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게임도 해야 하고, 축구도 해야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줄었다고 하지만 황금 같은 20대 초반 2년을 군대에서 보내는 단절의 시간이 딸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 이유라면 이유일까?
군대축구를 제대로 익히고 전역하고 사회로 나오면 때 맞춰 나오는 예비군 훈련은 이제 막 사회에 집중하려는 아들들에게 여간 성가시고 짜증 나는 의무이자 족쇄이다. 즉 밀리터리 서비스는 전역하고 난 후에도 계속되는 끝나도 끝나지 않은 그 무엇으로 이 땅의 아들들을 괴롭힌다.
짜증 난 아들들은 군대동기를 모으거나 각종 친구들과 스트레스 해소하려고 없는 돈 갹출하여 어찌어찌 우여곡절 끝에 취득한 운전면허를 들고 아버지가 쓰던 중고차에 자족하며 코로나 시절 폐쇄된 학교운동장은 코로나가 끝나도 감히 다시 갈 엄두를 못 내고 대신 사설 풋살장이나 잔디구장으로 비슷한 처지의 수컷들과 의기 투합해 군대축구의 향수를 쫓아 애꿎은 축구공만 냅다 지르며 그나마 있던 힘까지 모조리 소진하고 거기에 힘 빠진 김에 음주가무에 담배 한 대 까지 얹으면 금상첨화 아들들의 나가리 판이 제대로 실현되는 고스톱판에서 무슨 수로 영악한 딸들을 제칠 수 있을까?
아예 싹수가 노랗다 못해 누레진 아들들은 능력 갖춘 딸들의 수하에 들어가 나머지 여생도 수그리고 살거나 아니면 비혼 하는 세상이 도래했구나.
음양의 이치가 뒤집힌 현시대에 서로가 서로를 원망하기에 앞서 우리 시대에서 자행되었던 여성차별을 겸허히 인정하고 바로 옆에 있는 안해에게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우리 아버지 세대의 시대적 업보가 지금의 아들대까지 미치지 않고 상황이 조금 나아지려나 생각하고 나아가 아버지대의 시대적 잘못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우리의 아들 딸들이 화합하여 살아가는 소박한 미래가 다가올지 일말의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