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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 인텔리전스

by 윤해



2024. 07. 29

지식이 많은 사람을 인텔리라고 부르며 사회적 선망의 대상이 되던 시절도 있었고 , 중국의 문화 대혁명 시절이나 남과 북이 38선을 사이에 두고 오르락내리락했던 한국 전쟁 중에는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잣대로서 인텔리라는 말이 쓰이기도 했다.

인텔리 지식인은 이미 교육받은 사람이라는 의미다. 즉 세뇌하기 쉽지 않은 대상이다. 따라서 혁명이나 전쟁 중에 이념에 따라 다수 대중을 한 가지 목표로 몰아가는 시대 상황에서는 위정자에게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이며 제거해야 할 1호 대상으로 자리매김한다.

먹물이 들었다는 이유로 목숨이 위태로웠던 사건은 고금을 통해 드물지 않게 등장한다. 진시황의 분서갱유 사건도 국가를 정비하고 법제도를 확립한다는 명분으로 그 당시 최고 인텔리인 유학자들을 파묻어 생매장하고 유교경전을 불태웠다. 비단 고대 중국뿐만 아니라 조선 연산군 시절 그 당시 최고 인텔리 사림선비를 대상으로 했던 수많은 사화로 멸문지화를 당했던 예가 부지기수였다.

이처럼 지식인은 그 지식 때문에 작게는 자신의 인생을 한정 짓고 크게는 목숨을 위태롭게 한다.
지식 만을 캐다 보면 편협해지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쉬우며 전문가의 함정에 빠지기 십상이다.

우리 인생을 베틀에 비유하면 지혜는 씨줄이요 지식은 날줄이다.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면서 인생이라는 옷감이 완성되는 것이다. 다만 이 지혜와 지식의 옷감으로 짠 옷은 지혜의 씨줄이 훨씬 중요하다는 특징이 있다.


지식의 날줄이 이리저리 춤을 추어도 지혜의 씨줄이 잡아준다면 그 인생이라는 옷감은 옷을 만들 수 있지만 지혜의 씨줄이 끊어지는 순간 인생이라는 옷감은 완성되지 못하고 지식의 날줄하나만 남게 되어 마리오네트(marionette)의 줄로 전락하여 한낱 꼭두각시로 인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8만 년 전 아프리카를 탈출한 천명의 호모사피엔스가 전 지구에 퍼져나가면서 수많은 멸종의 위기를 넘기고 농업혁명을 겪으면서 1만 년 전 500만 명으로 불어나고 예수가 태어날 무렵 2억에 불과했던 우리가 1800년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10억이 되고 1900년 초 16억을 돌파하고 지금은 70억 인류가 된 호모사피엔스의 이야기는 이름 그대로 슬기로운 지혜자의 여정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슬기로운 지혜자 호모사피엔스의 여정에서 우리 인류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경험을 통하여 획득한 생존과 번영의 섭리가 돌연변이라고 하는 세포차원의 유전적 특질이 사장되지 않고 간직된 결과라고 하는 지혜를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만 년 전 시작된 농업혁명 이후 지구의 개별 종으로서 눈부신 번영과 성공에 힘입어 지식기반의 사회로 내달린 결과가 세상의 원리로 자리 잡고 지식의 특성상 합목적성을 상실한 모든 군더더기를 자동삭제하는 극강의 효율만을 중시한 결과 우리 인류는 이제 지혜자라는 호모 사피엔스의 자리에서 내려와 지식기반의 지능으로 이루어진 호모 인텔리전스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세상의 변화는 더 이상 생물학적 두뇌라는 생체의 한계마저 가뿐히 무시하고 인공지능이라는 가공할만한 기계를 만들어 내었고 지식의 딥러닝을 학습한 AI는 우리 인류의 지평을 넓힐지 인류를 파멸로 안내할지는 아직까지는 오리무중이다.


다만 다양한 생각과 유연한 사고가 불확정성의 미래에 대한 문제해결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듯이 사고의 프로토콜이 동일할 때 발생되는 전멸의 위험성을 회피하는 유일한 길이 그동안 우리 생명이 걸어온 돌연변이라고 하는 일견 보기에 거추장스럽게 보이는 유전적 특질을 내치지 않고 지혜자로서 호모 사피엔스의 여정을 이어 나갈 때 우리 인류는 우주의 섭리, 지혜라는 씨줄과 세상의 원리, 지식이라는 날줄을 함께 엮어 생명이라는 옷감을 제대로 엮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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