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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토르에서의 후미(Khöömei)와 한류

by 윤해



2024.07.31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 즉문즉답처럼 세계의 나라와 수도 이름 외우기는 지리로서 세계를 알아나가야겠다는 초발심인지는 모르나 우선 이름도 모르고 그곳을 알 수는 없다는 당연한 사실 기반에 의거하여 내 뇌를 건드렸다.

의미를 찾는 인간의 지독한 습관은 언어를 만들었고 언어로 지어진 이름에서 우리는 많은 의미를 추론하는, 언어 이름 의미가 끝없이 반복 재생산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유와 상상력이 우리 인류문명을 여기까지 밀고 왔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하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언어를 사용하여 이름을 짓는 순간 우리는 그 이름의 의미를 기억하면서 비로소 그 대상이 생명력을 가진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울란바토르, 상남자의 나라 몽고 아니 몽골이라는 곳의 이미지는 어린 시절 내게는 다소 생소하기만 한 이름으로 다가왔다.

몽고반점, 몽고간장, 몽고정, 몽고 조랑말, 호주머니 등등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 들어 있는 몽골과의 전쟁과 교류의 역사 속에서 몽골은 칭기즈칸으로 이름 지어진 태무친이라고 하는 한 사나이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통한 유라시아 대륙을 합쳐 최초의 글로벌화를 이룩하였고 비록 이합집산을 되풀이하고는 있지만 칭기즈칸 몽골군의 말발굽이 지나간 흔적을 따라 개척된 무역로는 여전히 문명의 모닥불로 실존하고 있다.

몽골어로 붉은 영웅이라는 의미의 울란바토르는 인구 100만이 넘는 세계에서 가장 추운 수도로 통하고 몽골인구의 절반이 이곳에 살고 있으며 신시가지 대부분은 한국의 신도시를 연상시키는 한류가 점령한 도시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다.

유목민족과 농경민족은 스케일부터가 다르다. 광활한 초원에서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며 말을 몰아 가축을 치던 유목민족의 시야에 보이는 대상은 위로는 끝없이 펼쳐지는 하늘과 아래로는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초원으로 뒤덮인 땅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땅과 하늘 사이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를 보면서 샤머니즘의 핵심인 새들의 정령을 보았고 새들의 울음소리를 창법으로 승화하여 연행자가 내는 자연의 소리를 모방한 2개의 다른 목소리로 지속적인 저음과 화음으로 선율을 만드는 후미(Khöömei)는 몽골의 국가행사부터 가정의 잔치까지 널리 연행되는 몽골의 전통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옛날 스키타이인들이 군웅할거하며 말로 내달리던 한반도 북부에서부터 헝가리 대평원까지 스텝고속도로를 따라 몽골기병들이 개척한 칭기즈칸 대제국은 정반합의 역사와 같이 명멸해 갔지만 그들이 이루어낸 통합의 기억은 유럽과 아시아를 더 가깝게 끌어 당겼고 더 많은 유전자를 뒤섞어 글로벌화된 지구촌의 모델을 제시한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비록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세계사의 물꼬가 대륙에서 해양으로 옮겨가고 바다를 가진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문명사의 역전이 이루어진 현대에 바다를 가지지 못하고 내륙으로 둘러싸인 칭기즈칸 후예들의 인후에서 연행되는 후미(Khöömei)의 지속적인 저음과 화음은 그 옛날 칭기즈칸 몽골기마병의 말발굽 소리보다는 세속적 영토확장을 체념하고 하늘과 땅 사이에서 훨훨 날고 있는 사이, 즉 새의 모습에서 샤머니즘의 정령을 보는 기시감을 느끼게 만들면서 과거의 칭기즈칸의 영광이 오늘날 울란바토르에서 만나는 한류와 묘하게 오버랩되는 기분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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