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5
세상을 살다 보면 전후좌우 사방팔방으로 꽉 막혀서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공교롭게도 그때쯤이면 주위에 그 많던 살갑던 지인들은 다 어디 가고 살벌한 상황과 연이어 터지는 악재에 둘러싸여 어쩔 줄 몰라하는 자신과 직면한다.
우리가 차를 타고 여행해도 구불구불 산을 돌아 넘어야 하고 때때로 나타나는 물을 건너려면 다리를 넘어 건너가야 한다. 하물며 한 백 년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어찌 순탄한 여정만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산절수절 다 넘어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고 나야 인생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깨닫는 존재가 바로 우리다. 살다 보면 산이 우리를 가로막으면 돌아가기도 하고 낑낑대며 그 산이라는 장애물을 정면돌파 하며 넘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강과 내가 우리 앞을 막을 때 건너가야 살 수가 있는데 주위를 둘러봐도 다리는커녕 변변한 나룻배 하나 없고 사공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절망한다.
이렇듯 우리 인생에는 우리 힘으로 넘을 수 있는 산절이 있고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수절이 있는 법이다. 이러한 인생의 변곡점에서 우리를 일으켜 세우고 다리가 되고 뱃사공이 되어온 수많은 사람들의 은덕에 힘입어 지금 이 자리에 내가 서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각과 망각을 다반사로 하는 우리는 온전히 자기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억지를 달고 살다가 어디서 날아온 지도 모르는 고난을 수도 없이 겪으면서 세상을 향해 항변도 해보고 허공에다 고함도 지르면서 실성한 듯 머리도 절레절레 흔들다가 문득 미몽에서 깨어나 그동안의 자기의 인생이 기적으로 점철된 행운으로 가득 찬 인생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보다 앞서 살다 간 선인에게 길을 묻는다. 물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만고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상황은 태초이래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비슷해 보일 뿐이다. 시대가 다르고 처지가 다르며 무엇보다 생각이 다르다.
나비의 날갯짓 한 번으로 세상이 달라지듯 연결되어 있는 우리에게 똑같은 경우라는 것은 애당초 존재한 일이 없다. 존재하지도 않은 것에다 묻고 질문한다는 것은 해답을 구한다기보다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는 하소연이라는 것을 알고 시작하자.
삼라만상이 어울려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공간과 시간의 영역으로 예측가능한 질서를 추구하는 자체가 쉽지 않음을 인정한 다음 사람에게 길을 묻는다면 인생이라는 여행길에 동행하는 도반으로서 그 사람으로부터 좀 더 도움이 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신에게 길을 묻던 우리 인류가 르네상스를 통해 인본주의를 회복하면서 과학기술을 통해 인류의 길을 개척하면서 여기까지 달려왔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고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우리가 창조한 새로운 사람 , 인공지능에게 길을 묻는 세상앞에 우리 모두가 서 있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에게 반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