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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해 록] 공무도하가의 여인, 제주의 해녀

by 윤해



서늘한 이별을 노래한 서정시 공무도하가가 갑자기 떠 오르네 여행이라고 하는 만남과 이별이 압축된 경험은 삶을 늘리며 우리 자신이 누군가라는 자각을 일깨운다. 이러한 자각이 일상에서는 꿈이고 꿈은 현실 속에 녹아서 나를 또 다른 알 수 없는 곳으로 끊임없이 인도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비용과 시간을 들여 어디론가 떠나는 것은 일상의 족쇄에서 풀려나는 것이며 의미를 찾기 좋아하는 우리들의 익숙한 습관이랄까?

섬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육지와 분리되어 있다. 바다, 강, 물과 같은 경계에서 우리는 늘 주저하거나 박차고 용기를 내어 경계를 넘는다.


경계를 떠난 자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떠나보낸 자에게는 지독한 이별의 고통과 함께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되는 것이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만난다는 네버엔딩 스토리가 시작되고 이 모든 것들이 환희와 슬픔의 희비쌍곡선이 되어 우리를 널뛰게 만든다.


바다라는 경계가 비행기라는 이기로 극복된 현대에도 여전히 경계를 넘는 의식은 시퍼렇게 살아 숨 쉬고 현대의 우리도 이륙과 착륙 간에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묘한 설렘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낀다.

바다에 갇힌 제주를 열어보면 외적 아름다움 못지않게 의외로 서정적 슬픔과 아픔이 녹아있는 섬이다.


바람, 돌 못지않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리는 제주는 남방 특유의 거세고 생활력 강한 여자들의 회한과 땀이 고스란히 스며든 곳이다. 제주도 탄생설화 자체가 설문대 할머니이지 할아버지가 아니듯이 제주는 여자들의 기가 곳곳에서 느껴지는 땅이다.

Don't go away , go away를 외치던 공무도하가의 가녀린 여인은 아무래도 뭍에서 사랑하는 님을 떠나보낸 한 많은 여인의 호소일 뿐, 님을 방구들에 들어앉힌 제주해녀의 억척같은 생활력은 가지 마오를 외치는 공무도하가 속 여인의 회한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공무도하가의 가녀린 여인도 억측스러운 제주해녀도 강변과 해변에서 사라져 간 현대에서 강과 바다라는 경계를 사이에 두고 돌아올 수 없는 이념의 강과 바다를 건너가려는 어리석은 님들에게는 가지 마오를 외치는 공무도하가 속의 여인도 모든 것을 받아줄 재주 해녀도 더 이상 존재치 않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추동도 늘 슬픔을 기쁨으로 묻어야 기분이 풀리는 듯하다.


밤과 낮이 교대하고 남과 여가 존재하고 자연과 도시가 병존하듯 우리는 대칭의 세상에 살고 있다. 대칭의 무게추가 어디 일방으로 기우는 순간 우리는 균형을 잃고 대칭의 세상 양면을 아우르지 못하고 과도하게 슬퍼하거나 기뻐하는 착오에 빠짐을 늘 경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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