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해 록]모으는 정상배政商輩,흩치는모리배 謀利輩
깊고 추운 겨룸의 계절 겨울이다. 춘하추동 사계절을 알아야 철부지를 면하겠지만 봄은 정신없이 보느라 지나가고 여름은 가지에 무언가가 열려있고 가을은 열매를 갈무리한다면 겨울은 모든 것이 다 떨어져서 앙상하게 남은 가지만 남기고 그동안의 인과를 거울에 비추어 보면서 응보를 받고 황량한 벌판에서 몰아치는 북풍한설과 생사를 걸고 겨루면서 버텨내는 겨룸의 계절이다.
이처럼 자연은 춘하추동의 자연리듬을 가지고 생명을 내어놓고 거두기를 반복한다. 찬란하고 영롱한 봄의 기운도 무성하고 푸르른 여름의 성장도 풍성하고 다양한 가을의 열매도 낙엽이 지고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겨울이 오면 언제 그런 세월이 있었던가 기억도 가물가물한 체 옷깃을 세우고 온몸을 웅크리며 오로지 버티면서 다음에 올봄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 속을 살아가는 사람이 느끼는 춘하추동의 자연리듬 못지않게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겪는 인생사계절이 모여 공동체 사계절이 만들어지고 수많은 공동체 사계절이 모여 국가의 흥망성쇠라고 하는 국가 사계절이 만들어지며 이 국가들이 서로의 국익을 위해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이라는 치열한 외교전략을 통해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이전투구와 분투노력도 마다하지 않는 백척간두에 서 있는 겨룸, 즉 겨울 만이 연속되는 무대가 전쟁과 외교가 교차되는 패권적 국제질서이다.
엄혹한 패권적 국제질서에서 닫힌 세계가 아니라 열린 세계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나라는 세포부터 나라라고 하는 몸통에 이르기까지 하루를 살고 버텨낸다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누구나 절감해야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라고 하는 몸통보다 몇배에서 수십 배 차이가 나는, 아예 체급이 다른 미일러중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북풍한설이 내려오는 겨울의 한복판에서 세계 4대 강국과 겨루고 있는 우리나라의 처지를 정치와 인치를 혼동하는 정상배政商輩와 모리배謀利輩들은 과연 알고나 있을지 심히 궁금하다.
정치에서 무언가를 모은다는 의미는 원래 사람들의 뜻, 즉 중지를 모아 올바르게 행동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가까이는 가족을 다스리고 공동체를 조화롭게 하여 상시 겨울이라고 하는 겨룸의 계절에 놓인 국가를 부국 시켜 강병하게 하여 국민을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지키고 보호하면 사람도 모이고 뜻도 모이는 법이다.
그러나 정상배政商輩들은 사람과 뜻을 모으는 정치에는 애당초 마음이 없고 돈과 권력을 사고파는, 말 그대로 정상배政商輩로서 정치를 악용하면서 돈을 모으고 권력을 모아 제 자신의 힘을 극대화하면서 국민들의 자유와 기회의 싹을 송두리째 뽑는 일을 눈도 깜짝하지 않고 서슴없이 하는 무리들을 일컫는 말이다.
정치에서 무언 가를 흩친다는 말은 국가가 세금으로 걷어들인 재화를 국익과 국민들을 위해 골고루 분배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분배는 분배 수단을 투명하게 하여 적재적소에 JIT(Just in time)로 분배하는 것이 정치의 요체이다.
모리배謀利輩들은 이 틈을 파고든다. 흩치고 분배하기 위해 모은 돈을 그들은 다시 모은다. 사리사욕과 선사후공으로 무장한 그들의 행보는 거리낌이 없다. 돈으로 주변을 매수하고 돈으로 권력까지 가로채고 돈으로 여론을 산다. 그들이 돈을 모아 사익을 모의하는 수준은 십상시를 초월하여 후흑한의 경지에 와 있다. 그들은 죄가 드러나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돈으로 매수한 세에 기대어 악의 무리를 체인화한다. 이러한 부패사슬은 작게는 공동체를 파괴하고 크게는 나라를 통째로 들어 먹는다.
정상배政商輩가 무엇을 모으는지 모리배謀利輩가 무엇을 흩치는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주권자 우리 모두는 우리의 주권이 송두리째 날아가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