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4
공룡의 등뼈를 닮았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설악산과 북한산의 공룡능선은 나와 꽤나 인연이 있는 산이다.
20대 군 복무시절 설악산 밑에서 훈련을 받고 설악산 공룡능선을 바라보며 일조점호를 받으면서 함성을 토해내고 애국가를 4절까지 매일 부르면서 바라본 설악의 정상은 5월이 되도록 잔설이 녹지 않는 하얀 자태를 뽐내며 설악이 설악이 된 이유를 스스로 웅변하고 있었다.
은혜롭고 평안하다고 하여 서울 25개 구 중 드물게 의미로 지어진 이름의 은평구에 살던 시절 북한산을 내 집 앞동산같이 뻔질나게 올라가기도 하고 아침저녁으로 북한산을 마주하며 원효봉 의상봉 공룡능선을 헤어보던 시절도 있었다.
산지가 70%에 달하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 민족에게 산이라고 하는 의미는 너무도 흔하고 지천으로 깔려있는 보통재이지만 대륙이나 평원에서 사는 민족들에게 산의 의미는 희귀재로 다가온다.
더구나 동해 바다를 바라보고 금강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울산바위까지 끼고 있는 설악산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외설악뿐만 아니라 첩첩산중 군인들의 산이라 불리는 내설악의 깊숙한 속살까지 들여다보면 저절로 속세에 찌든 때가 한 꺼풀 벗겨지는 치유와 힐링이 저절로 되는 산이다.
우리나라 서울에 처음 들어온 외국인들이 하나같이 감탄하는 것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강 한강과 도심과 나란히 서 있는 산 북한산이다. 산자수명(山紫水明)이요 해인삼매(海印三昧)라는 의미의 자명해인대(紫明海印臺), 의상 능선의 용혈봉과 용출봉 사이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풍광은 세계 그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재이다.
행복도 남이 느껴주고, 좋은 경치도 남이 느껴주듯이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일상의 관성으로 좋고 나쁘고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익숙해져서 불감증이 되어 감수성이 떨어져 느끼지 못하게 되니 늘 이것만 경계해도 우리는 자연의 섭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되고 세상의 원리에 초연해질 수 있지 않을까?
공활한 가을 하늘 아래서 눈을 들어 설악과 북한산의 공룡능선을 시리게 바라보고 지그시 발을 옮겨 공룡의 등뼈를 밟아가며 두보의 <등고(登高)>를 떠올리며 공룡능선에 오르면 화산 폭발로 종의 다양성을 잃어버린 체 번성했던 공룡에게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지름 10킬로미터의 운석은 제5의 대멸종으로 이어지고 공룡이 멸종하고 무주공산이 된 지구의 빈자리에 최고의 포식자로 등장한 우리 인류가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6번째 대멸종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지 오늘도 가열차게 돌아가고 있는 문명의 원리 앞에 선 자연의 섭리가 한없이 안타깝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