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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주부전(鼈主簿傳)의 토끼, 수주대토(守株待兎)의 농부

by 윤해


책 한 권 달랑 읽고 만사를 해결하려 드는 사람이나, 초년에 우연찮게 얻은 행운 만을 추억하며 평생을 사는 인간을 수주대토(守株待兎), 그루터기에 받혀 죽은 토끼를 보고 폐농하고 토끼를 기다리는 농부라고 부른다.

인생 3대 불행 중 하나인 소년등과도 초년의 성공에 취해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처럼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연찮게 일어나는 사건 하나가 그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달빛 부서지는 강둑에 홀로 앉아 있으면서 소리 없이 흐르는 저 강물을 바라본다는 민들레 홀씨되어의 노랫말처럼 절대 고독 속에서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님을 찾아가는 민들레 홀씨가 되어 날아가고 싶은 마음에 강바람에 마음을 싣고 님에게 날아가 보지만 그것은 마음이라는 의식의 여행일 뿐 몸은 여전히 산등성이의 해가 질 무렵까지 강둑에 앉아 흘러가는 무심한 강물이라는 세월에 갇혀있는 절대 고독의 존재가 바로 우리다.

인간은 문명을 일으키면서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로서의 자리를 공고하게 얻은 대신 자연 속의 사람이라는 전인적 존재에서 빠져나와 세상 속의 인간이라는 새로운 자리, 즉 우리에 갇힌 존재가 되어 전인에서 부분적이고 파편화된 인간의 자리로 내려앉으면서 우리가 자리에 연연하며 자리를 잡고 잃는 와중에서 기미에 반응하며 눈치를 보는 세상에서 세상이라는 우리에서 우리라는 관계 안에서 치열하게 살게 된 것이다.

국자같이 생긴 북두칠성을 타고 내려와 북극성을 지나와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 구름 나라 지나서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 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라는 반달의 가사에 등장하는 달에서 살아야 하는 옥토끼가 달을 다리 삼아 지구에 왔다가 지구의 환경이 낯설어 이리저리 헤매다가 숲에 불시착하고 숲에서 빠져나와 정신없이 달리다가 어느 이름 모를 고사목 그루터기에 받혀 일상을 살아가는 어느 농부의 횡재수가 되어 농부의 일상을 뒤 흔들어 수주대토(守株待兎) 농부의 고사가 만들어졌다는 엉뚱한 상상을 한번 해본다.

용궁에서 토끼의 간이 필요해 뭍으로 나온 자라에게 속아 용궁에 끌려간 토끼가 목숨이 경각에 달한 순간 간을 두고 왔다는 기상천외의 기지로 자라를 이용하여 자라등에 업혀 용궁구경을 멋지게 한 별주부전의 토끼나 하늘에서 떨어져 세상에 내려와 세상에 취해 정신이 혼미해져 세상조직과 같은 고사목 그루터기에 심하게 부딪혀 농부의 횡재수가 되어 농부의 밥으로 전락한 수주대토의 토끼나 다 같은 토끼지만 그 운명은 180도로 갈린다.

한 세상을 살면서 별주부전의 토끼 같은 인생을 살지 세상에 취해 수주대토의 토끼 같은 한 생을 살 것인가?

우리의 운명이 어디로 토낄(?) 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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