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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 논리, 감정적 상상

by 윤해


평생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감정이 이성을 이기는 날 말이다.

감정과 이성은 우리가 한 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타고 끌고 가야 할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것이다. 지구에 밤과 낮이 있고 자웅이 있으며 그에 따른 숙명과 운명이 교차하듯이 기억에 기반한 감정이 사랑으로 발전하여 번식을 통한 생명줄이 이어진다고 한다면, 판단에 기반한 이성은 생업을 통해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성은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성적 논리를 동원하고 감정은 끝을 알 수 없는 생명줄로 다가서기 위해 감정적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이다.

우리 인류는 자연에서 빠져나와 문명을 건설하면서 늘 감정과 이성이라는 유전정보적 개념과 뇌정보적 개념 사이에서 방황하고 갈등하며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다가 차가운 이성이 지배하는 겨울이 가고 따뜻한 감정이 숨 쉬는 초봄의 냇가에서 살얼음이 녹는 그 순간 살얼음과 냇물이 교차하는 아슬아슬한 경계면에서 마침내 봄눈 녹듯이 순식간에 감정이라는 물결이 이성이라는 살얼음을 녹이고 생명줄이라는 도도한 강물을 타고 우리의 유전자를 알 수도 없는 상상의 바다로 데려가는 것이다.

이처럼 문자로 밝힌 문명의 빛은 스스로 그러한 자연의 다채로움을 이길 수 없다.

마치 이성적 논리로 써 내려간 수많은 경전들이 감성적 상상으로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삼류소설을 당해내지 못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원리이다.

세상의 원리 속에서 한 생을 사는 동안 생존하기 위해 참고 인내하며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고 이성적 논리로써 사는 모습이 우리의 운명이었다면 논리는 개나 줘버리고 감성적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가는 소망이 우리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알 수 없고 모른다는, 무지의 지를 실천할 정도의 용기만 가지고 있다면 이성적 논리로 점철된 우리가 살았던 세계가 감성적 상상이 춤을 추는 유전정보적 세계에 비추어 얼마나 짧고 좁은 세계였다는 자각이 감정이 이성을 이기는 날이 아닐까 감성적 상상의 나래를 한번 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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