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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해 Oct 15. 2024

공룡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6500만 년 전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지름 10킬로미터의 운석 한 방으로 공룡은 멸종의 길로 걸어 들어가고 그 빈자리를 생쥐보다 작은 포유류가 메꾸면서 인류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6500만 년이 지난 지금 공룡은 과연 멸종하였는가?

"46세의 지구 아주머니가 5년 전 마당에서 채소 텃밭을 꾸리기 시작했고, 1년 전에 활동하던 공룡형이 반년 전에 실종되었으며, 열흘 전에 갓 태어난 소인들이 대규모의 온실배를 시작했다"라는 백 년의 인생계로 압축한 지구의 시점에서 우리를 보면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는 반야심경의 가르침이 온전히 나에게 다가온다.

생과 사라는 것이 좁게 보면 인연으로 아버지를 만나 사랑으로 세상에 나오는 생과,  하늘이 무너지듯이  천륜으로 엮인 아버지와 이승에서 이별하는  말 그대로 천붕天崩럼 다가오는 사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생과 사를 46억 년의 지구적 시간으로 넓혀보면 찰나의 순간에 명멸하는  보였다 보이지 않았다를 수없이 반복하는 반딧불 같이 깜박깜박하는 존재에 불과하다.

그러한 찰나적 순간을 사는  우리들의 한 생도 하루살이가 바라보면 3만 6천5백 일을 사는 쇠털 같은 나날이며, 46억 년을 살고 있는 지구 아주머니의 눈으로 보는 우리들의 한 생은 결코 감지할 수 없는 순간의 연속인지도 모를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의 영역이며 불가지 영역이 아닐까?

6.25 남침전쟁을 일으킨 공산주의로부터 신생 대한민국을 구해낸 인천상륙작전의 영웅 맥아더 장군이 세계 제3차 대전으로 전쟁이 확전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트루먼 행정부에 의해 해임되고 퇴역하면서 미 의회에서 읽어 내려간 연설문 말미에 그 유명한 문구가 나온다.

The whole has turned over many times since I took the oath on the plain at West Point, and the hopes and dreams have long since vanished, but I still remember the refrain of one of the most popular barracks ballads of that day which proclaimed most proudly not that 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

제가 웨스트포인트 연병장에서 선서를 한 이후로 세상은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제 꿈과 희망도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아직도 전 그 당시 유행했던 군가의 후렴구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노래는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노병도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고

공룡도 죽지 않고 사라졌을 뿐이며

우리 인간도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다.

맥아더라는 노병도 그가 의지를 가지고 구해낸 신생 대한민국이 번영하고 지속되는 한 한국민의 뇌리에는 그가 죽지 않았고 다만 사라졌을 뿐이며 공룡도 비록 멸종했지만 한반도라는 공룡형의 놀이터에서 6500만 년이 지난 지금에도   설악산 공룡능선을 타면서 공룡의 등뼈를 밟으며 공룡형을 추억하는 등산객들의 뇌리에는 여전히 공룡은 죽지 않고 사라진 존재일 뿐이다.

우리 인간도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의 불가지 한 존재이지만 누군가 우리를 기억하고 추억하면서 그들의 뇌리 한편에 자리 잡고 그들의 가슴 안에서 살아 있다면 우리는 죽어도 죽지 않았고 다만 사라져서 살아나는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닐까 사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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