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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해 Oct 22. 2024

우화등선羽化登仙, 이카로스의 날개


우화(羽化)라는 말의 원뜻은 번데기가 날개 있는 벌레로 바뀐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화등선羽化登仙이란 땅에 지접 하고 사는  인간이 어깨에  날개가 돋쳐  날아 올라가 신선(神仙)이 된다는 뜻이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항우項羽가 유방(劉邦)에게 포위(包圍)되어 패색(敗色)이 짙어졌다. 항우가 진중(陣中)에서 마지막 주연(酒宴)을 베풀면서 그 유명(有名)한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시(詩)를 지어 자신(自身)의 운명(運命)을 탄식했다. "힘은 산(山)을 뽑을 만하고 기개(氣槪)는 세상(世上)을 덮건만. 때가 이(利)롭지 못하고 오추마(烏騅馬) 또한 나아가지 못하는구나. 오추마(烏騅馬)가 나아가지 못함은 어쩔 수 없으나. 우미인(虞美人)이여, 우미인(虞美人)이여! 그대를 어찌할 거나.(力拔山兮氣蓋世 時不利兮騅不逝 騅不逝兮可奈何 虞兮虞兮奈若何) 총애(寵愛) 받던 우미인(虞美人)도 그의 시(詩)에 화답(和答)하고 자결(自決)했다는 슬픈 역사의 주인공 항우는 숙부인 항량(項梁)과 함께 군사(軍士)를 일으켜, 기원전 209년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과 함께 진(秦) 나라를 쳐서 멸하고, 스스로 서초(西楚)의 패왕(覇王)이 되었다. 그 후 유방(劉邦)과 5년간 패권(霸權)을 다투다가 해하(垓下)에서 패하고 오강(烏江)에서 자살했다.


번데기가 주름을 잡아봐야 번데기 주름일 뿐이다. 그래서 '번데기 주름잡나'라는 말이 저잣거리에서 멋도 모르고 으스대는 건달이나 한량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단골 멘트인지도 모르겠다.


날개를 달지 못하는 벌레는 아무리 벌레로서 잘생기고 뛰어나도 그냥 배를 축축하고 음습한 땅에 깔고 기어가야 하는 한 마리의 가여운 벌레로서 한 생을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러나 우화 된 번데기가 날개를 달고 끝 간 데 없는 창공을 날아오르면 영롱한 날개를 가진 장자의 꿈에 등장하는 나비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날개를 다느냐 마느냐, 즉 우화 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귀족가문의 잘생기고 힘세고 모든 것을 가진 남자, 세상적으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던 항우의 스펙에 비하면 세상적으로 무엇 하나 항우와는 비교불가하게 초라했던 유방이 최후의 승자가 된 것은 우화등선羽化登仙의 대표적 사례로서 손색이 없다.


그러나 날개를 달았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날개를 만들어준 다이달로스가  태양열에 날개가 녹지 않도록 너무 높이 올라가지 말고, 바닷물에 날개가 젖지 않도록 바다 가까이 너무 내려가지도 말라는 경고를 무시한 이카로스는 새처럼 나는 것이 너무 신기하여   너무 드높이 날아오르는 욕심을 내버리는 바람에 결국 태양열로 인해 날개를 붙인 밀랍이 다 녹아 망가져서 추락하여 바다에 빠져서 익사한다. 태양(천상)에 다가가려는 욕심 하나 때문에 헬리오스와 포세이돈에게 천벌을 받은 셈이다.


항우項羽가 가지고 있었던 세상적 날개는 항우項羽의 이름과 같이 항우項羽의 어깨에 튼실하게 달린 하늘로 솟아오르는 날개가 아니라 항우의 목덜미 또는  관(冠)의 뒷부분을 감싸던 한낱 투구에 불과한 우화化되지  못한 세상적 날개가 아니었을까?


또한 천하를 통일하고 최후의 승자가 된 유방, 한낱 번데기 주름이나 잡던 시골건달 유방이 한고조가 되어 우화 되어 날개를 달고 한나라라고 하는 통일왕조를 세웠지만 유방의 날개 역시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지도 말며 바다에 너무 붙어서 날지 말라고 한 다이달로스의 경고를 무시한 이카로스와 같이 추락하고 말 슬픈 운명의 날개인 것은 매 한 가지였다.


날개를 달지 못해도, 날개를 달아도 세상사는 참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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