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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쉬어가는 곳,그렁그렁 울먹이게 하는 벗과의 이별

by 윤해



2024.06.05

노심초사, 마음이 일하고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몸이 타들어가는 상태를 말하는 사자성어인데 여기서 마음을 쓰는 것을 넘어 마음이 불편해지고 애를 써서 마음이 일할 지경이 되면 생각이 많아져 몸도 마음도 타들어가 하얗게 밤을 지새우는 단계까지 나아간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과 만나게 되는데 그중에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경우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강제적 이별이다.


청춘에는 변심한 애인의 일방적 이별통보를 시작으로 중년에 이혼이나 상처를 겪거나, 장년에 부모님을 저 멀리 떠나보내는 별리의 아픔을 넘어설 때 즈음 간간이 날아드는 벗들의 부고 앞에 생로병사의 상념을 온몸으로 느끼며 마음을 다치는 경우다.


이때의 마음의 상태는 마치 교통사고를 당해 큰 부상을 입고 사지육신이 무력한 상태에 놓인 것과 유사하다.


시간이 지나면 몸의 상처는 아무는 단계를 밟아 가지만 마음의 상처는 일정기간 심신을 괴롭게 하기도 한다.

마음을 쉬는 정자 소심정을 만들 만큼 예나 지금이나 마음을 편히 쉬게 하기가 어려웠나 보다.


신기한 것은 몸과 마음의 행복의 총합은 상수이며 그 일정한 상수 안에 몸과 마음이 변수로서 변화한다는 점이다.

몸이 편하면 마음이 쉬지를 못하고 , 몸을 정신없이 쓰게 하여 곤하게 할 때 비로소 마음이 편하게 쉰다는 느낌은 행복추구 안에 놓인 몸과 마음의 역할에 대한 아이러니를 실감케 한다.

어린 시절 흉허물 없이 홀딱 벗고 놀던 벗을 떠나보내는 마음은 동시대를 살았던 소중한 인연과 작별한다는 안타까움과 내가 갈 날이 멀지 않았다는 조바심이 겹치면서 마음을 잃어버리고 허둥대는 단계로 나아가기가 쉽다.

기억과 추억을 공유했지만 , 가정이라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 죽마고우를 회상 안에서만 추억하다가 세파에 절어 한번 만나지도 못하다가 벗의 사진을 마주하는 심정은 오랜 우정의 공백으로 그렁그렁한 울먹임마저도 메말라 멀뚱멀뚱 벗의 사진만 보다가 돌아서는 경험이 시작될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

몸과 마음이 행복 안에서 반비례하듯이 벗과 이승에서의 이별의 슬픔은 나이와 반비례한다.


청춘에 떠나보낸 벗과의 이별은 엄혹한 슬픔으로 몸부림쳤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렁그렁 알 수 없는 소리만 들릴 뿐 애간장이 끊어질 만큼의 울먹임은 나오지 않는다.

세월이 갈수록 살아남은 자의 천형은 이별의 아픔이라는 형태로 다가오지만 감수성은 날이 갈수록 퇴색해서 무덤덤해질 것이다.


그러다가 내가 사진이 되어 이별의 순간에 놓일 때 알 수도 없는 사람과 마주하며 세상에서 겪은 온갖 종류의 마음만 부여잡고 돌아가는 운명이 되지 않을까? 막연히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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