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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해 7시간전

[ 윤 해 록] 해파랑 길, 알레르기



 태양과 바다를 배경으로 해와 파도 그리고 함께라는 의미의 랑이 결합된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 50개 코스로 이루어진 750km의 도보 여행길이다.

남북이 분단되고 치열한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은 후 세계사적 유례가 드문 155마일 비무장 지대 군사 분계선이 강토를 두 동강 낸 지도 어언 75년을 지나 80년을 바라보다 보니 우리나라가 유라시아 대륙에서 찬란한 태양과 바다, 해와 파도가 함께 하는 천지인의 장대한 스케일의 시발점인지는 까마득히 망각하고 유라시아 대륙과 동 떨어진 섬나라 남한으로 전락한 지 오래되었다.

백 년도 안 되는 한 세상을 사는 우리가 무려 80년 가까이 유라시아 대륙과 유리된 체 살아가다 보니 3세대에 걸쳐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바뀌면서 생각과 몸이 고립된 반도의 틀 안에 캐스팅되어 구조적으로 고착된 공동체로 살아가는 것이 세상의 원리로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고립된 반도, 쉽게 말하면 섬나라로 살아온 세월이 한 세기를 육박하면서 지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는 유라시아의 광활한 대륙을 우리 뇌리에 지우고 해양 패권 대국 미국의 영향아래  해양 세력에 편입되어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고 하는 사즉생의 각오로 유라시아 대륙문명을 뒤로하고 오대양 육대주를 향한 지구촌 글로벌 선진국을 향해 필사적인 삶을 살아온 것이 우리의 현대사 이기도 하다.

그렇게 빈곤에서 풍요로 나아간 대한민국의 위대한 여정 뒤에 숨어 있고 망각된 유라시아 대륙의 출발점이자 동서 문명의 시발점으로서 해파랑 길의 의의는 다분히 문명사적으로 스펙터클한 길로 불러도 조금의 손색이 없다.

이 모든 난관과 시험의 시작인 분단된 조국의 현실은 남북으로 갈라진 것도 모자라 동서 좌우의 분열을 바라보면서  좁쌀 만한 권력욕에 눈이 멀고 쥐꼬리 만한 재물의 노예가 되어 권력을 탐하는 탐관이 되고 돈에 오염된 오리가 되어 세상에 온 유일한 목적이 돈을 지키는 수전노로 인생관을 정한 이 땅에서 이름을 알린 수많은 유명인에게 있어 이름은 거저 돈을 지키기 위한 도구쯤으로 여기는 동안 그들의 이름은 오명으로 얼룩지고 오명을 허명으로 덮으려는 헤아릴 수도 없는 수작과 공작으로 작게는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크게는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는 열강들의 이이제이의 노리갯감으로 전락시키는 망국의 주역으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나온 이 땅의 수많은 빌런들에게 해파랑길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친절히 알려주고 싶다.

풍요의 덫에 걸려 주어진 섬과 같은 반도적 시각으로 지금의 우리를 바라보면 마치 알레르기에 걸린 환자 마냥 소탐하고 대실 하며 서로가 서로를 알레르겐처럼 여기고 몸서리치도록 피하고 배척하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자기가 자기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라고 하는 알레르기 병리의 끝판왕까지 거리낌 없이 시연하니 풍요로 이루어진 위생가설이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까지 침투한 형국이라 만고의 명의 화타와 편작이 와도 손 쓸 수가 없는 지경의 고질병이 되었다.

완벽한 위생가설이 도리어 알레르기를 악화시키듯이 집착에 가까운 완벽한 민주주의를 향한 엄정한 잣대는 서로가 서로를 항원으로 몰고 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가 망할 때까지 민주주의를 외치다가 자가면역질환에 걸린 알레르기 류머티즘 환자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비록 국토의 허리가 잘렸어도 찬란한 태양과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옆에 두고 750킬로미터가 넘는 해파랑길을 함께 걷다 보면 그 길의 의미가 우리 공동체에게 있어 침소봉대되어 있는 수많은 난제가 한낱 위생가설과 어설픈 완벽주의가 콜라보되고 버무려진 집착으로 스스로를  파괴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라고 하는 알레르기 환자에 다름 아님을 해파랑길과 함께 하며 모든 것을 다 받아주는 동해 바다는 오늘도 철썩거리는 파도로 웅변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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