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해 록] 지족자知足者 부富,탐욕자貪欲者 빈貧
현인賢人과 광인狂人의 차이가 박자 차이라면 부자富者와 빈자貧者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치지향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있어 빈부貧富가 가치의 척도로 다가온다면 가난을 떨치고 부유로 달려가는 길은 합목적적이며 정의롭기까지 하다.
존재 지향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있어 너와 나라는 존재 사이에서 발생하는 관계는 원만하여야 하며 무엇보다 공평해야 하고 원만과 공평을 기초로 쌓은 존재 하나하나가 무엇보다도 소중한 관계로 남는 것이다.
그리고 현인과 광인 부자와 빈자 모두는 가치와 존재라고 하는 나침판을 들고 세상 속에서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 체 한 생을 살아내고 이름과 흔적을 남기고 사라진다.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말하며 16강, 8강, 4강전에 임했던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거스 히딩크 감독의 욕망이 개인의 욕심이었다면 지족 하라고 말렸겠지만 국가를 대표하여 우승이라는 최종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국가대표 감독의 말이라면 현명함에 더해 정의롭기까지 하다.
이처럼 현인의 족함과 광인의 욕심은 구별을 넘어 차별되어야 한다.
그러나 애매모호하고 알쏭달쏭하며 덧칠과 윤색 그리고 조작과 공작으로 뒤범벅된 세상사에서 지족자 부知足者 富, 탐욕자 빈貪欲者 貧이라고 하는 부유와 빈곤을 찾아내기가 너무도 어렵다는 것을 지금의 상황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족함을 망각한 풍요도 욕망의 폭주를 멈추지 않는 빈곤도 모두 다 가치지향적 삶 뿐만 아니라 존재지향적 삶에도 다가서지 못하는 허망한 삶에 불과한 것 아닐까?
시험에 들지 말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라며 간구하는 주기도문과 같이 우리 공동체는 이미 시험에 들어 있다. 시험이 시련이 되어 패망으로 내달릴지 아니면 시험을 훌륭히 통과하여 이 모든 시험들이 사필귀정으로 정리될지의 관건이 지족자知足者는 부富하고, 탐욕자貪欲者는 빈貧하다는 세상의 황금률에 따라갈 것이다.
이처럼 선세善世와 악세惡世는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지만 최선의 방책인 족함을 알고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한다면 악세 속에서도 행복과 마음의 평화를 얻는 선세에서 살 수 있겠지만 욕망과 욕심 밖에 모르는 개인과 무리의 앞날은 버금세상이라고 하는 곳에서 욕심과 욕망으로 똘똘 뭉친 마음 하나 부여잡고 일상을 통해 악세로 달려가는 사멸과 빈곤의 종착지와 만날 수밖에 없다는 우주적 진리 앞에 새삼 고개가 끄떡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