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해 록] 패권의 조바심, 변방의 혼란함
태양계를 사는 우리가 동지에 힘을 잃고 떨어지는 해를 초조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다시 뜬다'라는 대사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에서 비비안 리가 열연한 주인공 스카렛 오하라가 앤딩 부분에서 남긴 독백,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라는 평범하기까지 한 말을 극적으로 의역한 명대사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다시 뜬다.'라고 번역한 이유는 무엇일까 불현듯 궁금해진다.
캄캄한 어둠의 암운을 밀어내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다시 뜨는 찬란한 일출의 순간 만을 학수고대하며 태양이 다시 부활하기 만을 기다렸던 원시인류에게 있어 동지와 크리스마스 사이, 삼 일간의 비통함과 초조함은 자연의 섭리를 세상의 원리쯤으로 폄하하면서 살고 있는 현대 인류로서는 이해하기도 공감하기도 힘든 시간이리라 짐작해 본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다시 뜨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태양계를 살고 있는 우리 인류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태양처럼 절대적 존재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우주계도 아니고 지구계도 아니며 태양계를 살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태양이라는 절대 지존은 지구라는 변방에 사는 우리 인류가 절대로 볼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불사不死의 존재이며 패권적 실체이기도 하다. 이 개념은 불사不死가 어떻게 패권으로 연결되는가를 살펴보면 자연의 섭리가 세상의 원리를 어떻게 견인했는 가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겨우 찾아볼 가능성이 생긴다.
우주와도 같은 자연의 섭리로 탄생한 불로불사의 해당계 생명체가 변화무쌍한 태양계의 변방, 지구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미토콘드리아와의 공생을 통해 개별생명의 불로불사를 포기하고 대를 이은 유전자 전달을 통한 생존방식을 선택한 생명계의 역사를 들여다봐야만 불사의 패권 태양과 태양의 변방에서 기생하고 있는 지구의 실체를 그나마 어렴풋이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장사한 지 삼일 만에 죽은 자 가운데 다시 살아나시리니라고 하는 주 기도문의 핵심, 부활의 의미와 같이 태양은 동지에 떨어져 삼일 만에 크리스마스 때 부활하고 그렇게 부활한 해는 동지에 떨어진 해가 아니라 새로운 해라고 하여 새해라고 한다는 자연의 섭리를 지구라는 변방에 살면서 세상의 원리에 집착하며 사는 현대인류에게는 소가 하품하는 소리쯤으로 들릴 것이다.
불사조 같은 독수리를 앞세운 패권국 팍스 아메리카나 Pax Americana의 조바심이 예사롭지 않다. 모든 길은 로마로 라고 외치며 팍스 로마나의 아우렐리아로, 아피아로, 살라리아로를 닦은 패권국 로마의 촘촘한 도로망에서 물류가 집중되는 속도만큼이나 빨리 빠져나간 것이 빵과 서커스에 중독된 로마시민의 건실한 기상이었다.
이처럼 패권국이 풍요에 갈급하다 보면 조바심과 만나지만 변방국이 풍요를 만나면 나라가 쪼개진다.
팍스 아메리카나 Pax Americana의 패권국 미국은 연일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변방국 대한민국은 남북으로 분단되어 쪼개어진 나라를 연신 더 쪼개느라 여념이 없다.
좁쌀같은 권력의 군불에 달려든 불나방들이 탄핵이라는 탄알을 국가의 핵심으로 무차별 난사하여 나라가 너덜너덜하게 쪼개질 때까지 연신 십자포화를 쏘아대면서 말로는 123 계엄의 대책이랍시고 침묵하는 다수 국민들을 호도하고 기망하면서 자신들의 시커먼 실체를 방탄하고 나아가 엉큼한 속셈으로 자신들 만의 사리사욕을 채우려 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오래 세상을 지배한 팍스 시니카 Pax Sinica의 중화질서가 신생 팍스 아메리카나 Pax Americana를 향해 권토중래의 도전장을 내밀면서 격동하는 세상의 패권질서 속에서 조바심으로 몸살을 떠는 미국의 최전방 변방으로서 똘똘 뭉쳐도 힘들 시기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매국 빌런들이 벌이는 수작과 공작의 난맥과 혼란 앞이라는 누란의 위기를 우리 모두 인식하고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각오로 선동되지 않고 오로지 국익의 잣대에 따라 판단한다면 혼란 속에서 허우적 대고 있는 우리의 처지는 판단하기에 따라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동지에 떨어진 해가 크리스마스를 지나 찬란한 새해가 되어 사필귀정의 태양으로 부활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