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해 록] 준동하는 오충五蟲, 오열五列, 오적五賊
혈거穴居 했던 구석기 동굴벽화 한편에 보일락 말락 낙서처럼 암호같이 휘갈긴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어"라는 우스개 소리가 인류 문명의 적나라한 실체를 보여준다고 가정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렇게 버릇없고 무례한 젊은 세대가 나이를 먹고 정신을 차릴 때 즈음 되면 세대를 너머 그들의 입에서 반복되는 후렴구,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어"라는 말들이 세대를 타고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 곳이 인류의 미시사이다.
이처럼 자연의 섭리와는 별개로 세상의 원리는 해가 가고 달이 가며 세월이 흘러가도 거시사와 미시사를 아우르면서 역사의 평행이론은 반복되는 것이다.
"이 버러지 만도 못한 놈"이라는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곧잘 등장하는 대사에서 인간의 몸을 입고 온 생명체로서 벌레를 다시금 떠올려 본다.
벌레를 형태에 따라 분류하면 다섯 종류가 있다. 비늘이 있는 인충(鱗蟲), 날개가 있는 우충(羽蟲), 털이 있는 모충(毛蟲), 털ㆍ날개가 없는 나충(裸蟲), 딱지가 있는 개충(介蟲)으로 분류가 된다. 지구를 사는 생명체 중에서 규모나 숫자 그리고 능력치와 종의 다양성으로 따지면 진정한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는 벌레와 같은 곤충인지도 모를 일이다.
준동蠢動이라는 한자어는 벌레 따위가 꿈적거린다는 뜻으로, 불순한 세력이나 보잘것없는 무리가 법석을 부림을 이르는 말로 널리 쓰인다. 준동蠢動을 파자해 보면 봄 춘 밑에 벌레충 두 마리가 있는 모양이다. 즉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좀 벌레가 봄이라고 하는 적당한 온도와 외부환경이라는 조건이 완성되면 어김없이 튀어나와 자연과 세상을 어지럽게 한다는 의미이다.
최상위 포식자 자리를 두고 벌레와 경쟁하는 입장에 있으리라고는 추호의 의심도 없는 인류가 본능적으로 벌레를 혐오하게끔 진화한 것도 결코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오열五列은 초강대국에 둘러싸여 백년전쟁을 치르고 있는 한반도에서 흔히 등장하는 용어이다.
내부에 있으면서도 외부의 반대 세력과 결탁하여 활동하고 있는 집단으로서 스페인 내전 때 네 개 부대를 이끌고 마드리드를 공격한 프랑코 장군이 시내에도 자기들에게 호응하는 또 한 개의 부대, 오열五列이 있다는 말을 퍼뜨린 데서 유래한다.
늘 체제 안전성을 위협하며 조건만 성숙되면 여지없이 튀어나와 사회혼란을 부추기고 사회 불만세력을 규합하고 선량한 국민을 선동하는 오열五列을 막지 못하면 구한말(舊韓末)에 을사조약(乙巳條約)의 체결(締結)에 가담(加擔) 한 다섯 매국노(賣國奴). 외부대신(外部大臣) 박제순(朴齊純), 내부대신(內部大臣) 이지용(李址鎔), 군부대신(軍部大臣) 이근택(李根澤), 학부대신(學部大臣) 이완용(李完用), 농상공부대신(農商工部大臣) 권중현(權重顯)과 같은 을사오적乙巳五賊의 준동蠢動 또한 막지 못하는 역사의 평행이론은 반복되는 것이다.
반복되는 역사의 평행이론과 마찬가지로 육십갑자가 두 번 바뀌어 을사오적이 준동했던 망국의 그날이 데자뷔 되는 느낌은 나만의 기우일까? 나라를 좀먹는 다섯 마리의 좀 벌레들이 을사년에 준동蠢動하면서 시작된 백 여년 전 망국의 상황에서 독립을 위해 순국선열들이 풍찬노숙도 마다하지 않는 고난끝에 어렵게 건국된 세계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산업화를 완성한 번영된 대한민국 앞에 또 다시 나라를 뒤 흔들고 적반하장의 준동 蠢動을 멈추지 않는 무리들, 오충과 오열 그리고 오적을 2025년 을사년에 생생히 보고 있다.
덧난 상처만 물어뜯는 하이에나 같은 ‘지식인 좀벌레', 융단폭격식 카더라 통신 ‘유튜버 좀벌레', 군인의 명예를 망각한 ‘똥별 좀벌레', 언제나 간 보듯 있다가 잽싸게 갈아타는 ‘변절자 좀벌레', 꼼수를 묘수로 우기는 ‘답정너 좀벌레'의 오충五蟲이 모여 오열五列을 만들어 기어이 을사오적乙巳五賊이 되어 나라를 잘못된 길로 몰고 가 망국으로 끌고 가려 하니 적어도 지록위마의 고사만 염두에 두어도 이러한 준동蠢動하는 오충五蟲, 오열五列, 오적五賊 무리들의 꼼수가 훤하게 보일 텐데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우리는 인류의 집단지성을 의심할 수는 없다. 바로 가거나 둘러 가거나 돌아갈 수는 있어도 정반합에 기초한 역사의 도도한 흐름에 몸을 내맡기더라도 사슴을 말이라고 외치는 억지선동에는 절대 넘어가서는 안된다.
을사오적乙巳五賊이 준동하면 나라가 통째로 팔린다는 역사의 평행이론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고 2025년 새해 을사년은 을싸~하면서 신명 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