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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해 록 ] 한반도 백년전쟁 10, 개전 1950

by 윤해



2025.01.20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맨 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

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
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
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6.25 노래가 그날 이후 전쟁의 참화 속으로 들어간 우리 민족의 고난과 고통을 만 분의 일이라도 표현할 수 있었을까? 동족상잔의 비극은 기어이 이 나라 이 민족을 덮쳐서 분열과 갈등과 혼란을 지나 서로가 아귀같이 죽고 죽이는 철천지 원수가 되어 쫓고 쫓아 무찔러야 하는 운명 속으로 한반도를 비극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전쟁은 우연과 필연이 희비쌍곡선으로 겹치고 수많은 실수와 판단미스가 중첩되어 일어나는 드라마틱한 생사의 현장이다.

1950년 6월 25일에 일어난 전쟁만 해도 6.25 동란, 6.25 전쟁, 한국전쟁, 미중전쟁 정도가 우리가 부르는 이름이고 중국은 항미원조 전쟁, 북한은 조국해방전쟁이라 부른다.

동일한 장소 동일한 시간에 일어난 전쟁을 두고 이렇듯 다양한 이름이 붙여질 만큼 이 전쟁을 보는 시각은 시간이 흘러도 도무지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지금의 시각으로 당시를 보는 역사왜곡도 눈 깜짝하지 않고 자행되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 마음이 무겁다.

먼저 한국전쟁 1950은 비록 동족이 서로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루고 상잔을 했지만 내전이라고 하기에는 전쟁의 규모 시대사적 의미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쟁으로 인한 피해 정도를 종합해 보면 1,2차 세계대전 다음으로 치열하게 싸운 국제 전이라고 해야 이해와 파악이 되는 전쟁이다.

1949년 중국대륙이 공산당에 의해 적화되고 통일된 대륙의 공식은 늘 한반도를 침공한다는 수천 년 전쟁의 공식을 비켜가지 않고 매국괴뢰세력은 소련의 지원과 중공군의 힘을 빌어 고구려를 정복하러 온 당나라군을 제 스스로 끌여들이는 평양성의 연남생이 재림하듯이 동족의 가슴에 총탄을 박으면서 입으로는 조국해방전쟁이라 삼천만 동포를 기만하고 민족보다는 이념의 조국 소비에트를 섬기고 독립과 건국보다는 외세에 기댄 권력투쟁으로 일신의 영화만을 추구했던 매국괴뢰세력은 이처럼 한반도 백년전쟁 중 1950 한국전쟁에서 민족 앞에 대죄를 지은 전범으로 뿌리를 내리고 발아하였다.

과격한 외교, 전쟁보다는 일상적 외교의 달인이었던 이승만 대통령이 6.25가 일어나기 전에 임명한 신성모 국방장관과 채병덕 국군총사령관의 인사는 누란의 위기를 맞은 대한민국에게는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고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기만과 반간계의 귀재인 소비에트 볼셰비키의 현신인 북한의 위장평화와 유화제스처는 1950년 6월까지 내내 이어졌고 평양출생의 병기장교 출신의 채병덕사령관을 향한 간첩의혹도 수면 위에 떠올라 이승만 대통령의 최측근 임영신 상공부장관이 수차례 첩보를 대통령에게 알렸지만 묵살되고 자리를 지킨 채병덕은 6.25 직전 전방 야전군 사단장의 북한군 도발조짐 보고를 무시하고 북한군의 대규모 남침에 속수무책으로 서울이 3일 만에 함락되는데 일조했다.

1908년 6월생이 25살의 한 생을 조국의 독립전쟁에 바쳤지만 동갑내기 1908년 1월생은 살아남아 불혹에 광복을 맞아 미군정에서 일하면서 스스로 건국의 초석이 되려 했지만 분열과 갈등, 혼란과 광기의 해방정국을 지나면서 건국의 초석을 쌓는 일, 즉 새로운 인재를 교육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에 기여하고 동갑내기 매헌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라 여기고 대학강단에 복귀했다.

라디오 방송을 통해 들려온 38선 접경에서의 북한군과 국군의 충돌 소식은 일상이 되다시피 한 뉴스로서 서울시민들에게는 " 늑대야"를 외치는 철없는 목동의 장난쯤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그날 일요일은 전날 전군에 내린 비상령이 해제되어 외출 외박 휴가가 재개되었고, 전후방 부대교체가 진행되었던 어수선한 시기였다. 가장 약한 시기 가장 약한 고리를 치고 들어온 북한군의 침공을 받고도 호언장담과 허풍으로 개전을 덮어려던 신성모와 채병덕의 국방라인은 150만 가까운 서울시민들 피난의 골든타임을 허공에 날리고 고스란히 적의 수중에 수도서울을 헌납하고 한강인도교를 포함한 한강철교 광진교 등 폭파를 통하여 국군은 가까스로 한강방어선을 구축하고 북한군을 저지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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