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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은 자유, 그러나 붙잡아야할 한가지

by 윤해

2024.04.12


수 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겪고 우리는 지금 여기에 와 있다. 살아야할 인생보다 뒤돌아 봐야할 인생이 많다고 느껴질 때 비로서 사는게 무엇인지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 하게나마 윤곽을 잡고 그 동안 살아온 인생에 대한 평가를 하고 가장 중요한 나는 누구인가를 희미하게 나마 깨닫게 되는 것이다.


공은 둥글다. 그 공이 가볍고 무겁고, 크고 작고를 떠나 공의 공통점은 둥글다는 데 있다. 어린 시절 공이란 공은 가리지 않고 가지고 놀았다. 탁구, 축구, 야구 ,농구, 배구,송구,정구,당구를 거쳐 골프까지 수많은 사람 못지 않게 만났던 수많은 공들은 그 외양과 무게, 크기는 다양하게 달랐어도 모두가 둥글다는 한가지가 같았다.


둥근 공을 상대한다는 것은 사람을 상대하는 것 만큼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임의 규칙을 지키면서 공을 마냥 내가 소유하고 있기도 전달 하기도 목표지점에 도달시키기도 무엇 하나 만만하지 않는 것이 공놀이의 최대 난제다. 그래서 우리는 이 공을 잘 다루는 스타 플레이어에게 열광하고 그들에게 천문학적 금액의 보상을 하는 지도 모르겠다.


공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가 사는 둥근 별 지구를 보는 듯하다. 태양계라고 하는 그라운드에서 자전과 공전이라는 게임의 규칙을 가지고 우주를 향해 힘차게 세차운동을 하는 지구라는 거대한 공안에 갇힌 우리가 지구를 닮은 공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가지고 놀며 일희 일비하는 모습이 어린아이 같이 천진해 보이기도 하고 기발해 보이기도 한다.


공은 둥글기도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의외성을 가지고 있다. 어찌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과 흡사하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르듯이 나도 잘 모르는 우리가 세상을 좀 살았다고 다른 사람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순진한 착각에 기반한 희망사항이다.공이 그라운드 안에서 놀아야 한다는 게임의 규칙을 따르듯이 세상도 서로 주고 받는 공짜점심이 없는 세상나름의 원리가 지배하는 그라운드이다.


게임의 규칙이 180도 바뀌었는데 여전히 과거의 규칙에 따라 행동하기 쉬운 때가 세상에서는 공직에 오래 근무하다가 퇴직하는 무렵이 되기 쉽다. 착각의 착은 쇠금 옆에 우물정이 있고 우물 밑에 해가 깔려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햇깔리는 상황에서 퇴직 전후의 게임의 규칙은 하늘과 땅만큼 바뀌어 있는데 그 규칙에 적응하지 못하고 착각하는 호가호위의 모습은 어쩌면 사기꾼들의 가장 만만한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다 나름 치열하게 살았다고 하지만 인생 생략의 결과는 어느때고 우리에게 이자를 덧붙혀 청구되는 가혹한 게임의 법칙이 작동되는 그라운드가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면 세상에서 빠져나오는 출세의 무게가 더 크게 다가온다.


기본적으로 착각은 자유이나 그 자유마저도 게임의 규칙에 얽매여 있다는 사실, 그리고 세상이라는 그라운드에서 우리가 가지고 노는 인생이라는 공도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자각 하나만 부여잡고 있어도 우리는 운명의 진면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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