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한 외교라고 하는 전쟁 앞에선 인류는 비록 늘 평화를 갈구하지만 인류가 갈구하는 평화는 전쟁과 전쟁사이에 숨겨져 있는 새색시 같다.
전쟁과 평화가 짝꿍처럼 함께 하듯이 명장名將과 군주君主도 나라를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함께하는 사이이다.
이순신과 선조, 링컨과 그란트처럼 명장名將과 군주君主는 역사를 바꾼다. 누란累卵의 위기는 반드시 명장名將을 탄생시키지만 누란累卵을 초래한 군주君主는 일반적으로 암군暗君으로 출발하여 혼군昏君으로 변해가는 것이 반복되는 역사의 평행이론이다.
1880년생 더글라스 맥아더장군과 1884년생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은 한국전쟁 중에 명장名將과 군주君主로서 합을 맞추며 승리할 때는 화합하고 패배할 때는 갈등한 애증의 관계였다.
I felt like the moon, the stars, and all the planets had fallen on me. 달과 별, 그리고 모든 행성들이 내게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는 말로 미국 33대 대통령에 오른 트루먼은 경제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이끌었던 4선 연임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갑자기 재임 중 사망하자 부통령으로서 , 주방위군 상병출신의 미 정가의 주류가 아닌 언더독의 기적을 딛고 대통령에 취임한 고졸출신 대통령이었다.
트루먼은 대통령이 된 후 집무실 책상 명패에 The buck stops here!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고 새겨놓고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인류역사상 최초로 원자폭탄 투하라고 하는 비극적이며 고독한 결정에 내몰린 난세를 헤쳐간 대통령이기도 했다.
태평양 전쟁의 영웅 맥아더는 뼛속까지 군인의 피가 흐르는 최고의 엘리트 군인이었다. 집안은 말할 것도 없고 그가 밟아온 엘리트 군인으로서의 족적은 주방위군 상병출신의 트루먼이 범접키 어려운 명암이 엇갈리는 이력이었지만 이 두 사람은 한국전쟁에 휩쓸리면서 명장과 군주로서 역사의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재빨리 유엔군 파병을 결정한 트루만 대통령과 극동군 사령관 맥아더원수라는 백전노장의 영웅들이 한반도를 적화 일보 직전에서 기사회생시키면서 한국전쟁의 명장名將과 명군名君으로 등극하였다.
트루먼과 결이 다른 또 다른 누란累卵의 위기에 몰린 대통령 이승만은 망국에서 풍찬노숙하며 국제정치와 외교분야의 최고 엘리트로서 일찍이 공산주의자의 실체를 꿰뚫고 자유민주의 가치를 공유했던 초엘리트 군인 맥아더와 짝꿍 같은 케미를 자랑했다.
이승만 박사의 혜안과 안목은 비록 그가 갓 독립하고 침략당해 누란의 위기에 있는 약소국 신생 대한민국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능력과 지력에 따라 얼마든지 명장名將과 명군名君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같은 초엘리트로서 맥아더는 이승만 대통령을 존중했으며, 동시에 극동군 사령관으로 맥아더원수는 미합참의 정치색 짙은 장군들로 둘러싸여 아시아의 중요성을 간과했던 미주리 출신 언더독 트루만 대통령을 은연중 경시했다.
1908년 1월생은 10대에 집을 떠나와 망국의 청년으로서 뜻을 세우고 신학문을 배우려고 스무 살에 식민지 경성에 올라와 자강 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 끝에 일제하 대학정원 백명중 90명을 일본인으로 채우고 구색으로 식민지 조선 팔도에서 조선인 열명만 오로지 선발한 대학에 어렵게 들어가 전도가 유망한 학과를 제쳐두고 일제의 반짝했던 문화정책에 힘입어 간신히 개설된 조선어문학과를 지원하여 망국은 되었어도 민족의 얼과 혼이 숨 쉬는 말과 글은 잃지 말아야 한다는 또 다른 독립전쟁에 참전한다는 심정과 식민지 청년의 염원 하나로 일본인 교수와 90%가 넘는 절대다수의 일본인 학생들 틈바구니에서 민족적 차별을 받으며 가슴에 비수를 품고 공부했다.
학창 시절 1908년 1월생의 뇌리에 기억된 백 년의 적 일제 식민지 조선의 수도, 1928년의 경성이 세월이 지나 1951년의 서울이 되었지만 여전히 천년의 적 중공군의 침공에 떠밀려 1.4 후퇴로 삽시간에 수도 서울이 적막강산이 되었다는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 전쟁의 현실과 기구한 운명 앞에 그는 현실과 운명을 애써 부정하고 싶었다
10대에 떠났던 고향을 30년이 다 되어 전쟁의 참화를 피해 돌아온 1908년 1월생이 마주했던 1951년 그해 1월의 고향은 1.4 후퇴를 배경으로 탄생한 박완서의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라는 소설 제목처럼 과연 따뜻한 고향의 품이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크로마이트작전,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뒤집은 명장名將 맥아더를 만나기 위해 남태평양 웨이크섬까지 날아온 트루먼 대통령은 이때까지만 해도 합참의 장군들을 애써 무시하고 한국전쟁에 파병한 명군名君과 한국전쟁의 승리를 일구어낸 명장名將으로서 서로의 케미가 맞아 화기애애한 담소를 나누며 헤어졌고 몇 달 뒤 그들 앞에 한반도 천년의 적 중공군中共軍과 만년의 적 동장군冬將軍이 유엔군의 패퇴를 도모圖謀시키고 명장名將과 명군名君의 치부를 경략經絡하여 그들의 관계를 산산이 흩치게할 것이라고 그때는 맥아더도 트루먼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