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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해 록] 백년전쟁 65, 어른거리는 어른1965

by 윤해


집안의 어른 사회의 어른 국가의 어른, 바야흐로 어른 실종시대이다. 모두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상업성 짙은 카피에 혹해 나이 든 어른들이 염색은 기본이고 화장이 분장을 넘어 환장하는 동안童顔열풍시대를 우리는 지금 살아 나가고 있다.


어른이 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단순히 나이만 먹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몸의 성장이 끝난다고 되는 것도 아니며 더 이상 부모로부터 일방적 사랑을 받는 존재에서 자기를 키워준 부모 가족 사회 국가와 같은 공동체에게 사랑을 돌려주는 행위를 시작하는 독립된 성인을 우리는 일단 어른이 되었다고 부른다.


말은 쉽게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어른이 되는 것도 넘어야 할 허들이 만만치 않은데 하물며 집안의 어른 사회의 어른 더 나아가 국가의 어른이 된다는 것은 수만 가지 장해물과 편견과 무지 단견과 맹신을 극복하고 자기 한 목숨 국가를 위해 내어 놓아야 한다.


1965년은 한반도가 거악의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20년이 된 해였다. 한 사람으로 따지면 성년이 된 해이기도 하고 해방정국과 건국 그리고 한국전쟁 등 수많은 성장통을 무사히 극복하고 대한민국은 이제 어엿한 성년의 나이가 된 것이다. 그리고 성년이 되었다고 바로 어른이 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마치 그림자처럼 부풀려지고 어른거리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사랑으로 커야 할 애들은 유리걸식은 물론 엄동설한으로 내동댕이 쳐진 한반도 백년전쟁의 시작인 망국에서 마땅히 나라의 어른인 혼군 고종은 민 씨 척족에 둘러싸여 어른으로서 처신하지 못했고 단지 어른거리는 부귀영화만을 쫓다가 이천만 백성들을 망국으로 내몰아 일제 식민지 이등신민이 되게 한 것이다. 이때 우리는 나라만 잃은 것이 아니라 혼군 고종과 같이 빛이 아니라 그림자처럼 어른거리는 어른 아이로 어른을 착복한 사이비 어른들로 인해 진정한 어른의 권위를 망국과 동시에 가슴속 깊이 묻었다.


망국과 독립전쟁 사이에서 탄생하고 사라진 수많은 이 땅의 아이들은 어른이 어른 노릇을 못하는 어른거리는 어른아이들을 대신하여 작게는 가족을 구하고 크게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1908년 6월생 매헌과 같이 24세로 순국하거나 1908년 1월생이나 1917년 11월생과 같은 태어나 보니 식민지 이등신민이 된 그들도 어른거리는 가짜 어른이 아니라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하여 거악의 일제 심장부로 걸어 들어가 자강하고 실력을 키웠다.


이역의 하늘 밑에서 풍찬노숙하면서 후대들에게 자신과 같은 짐을 지워주지 않기 위하여 스스로 죽음도 불사하며 어른거리는 어른의 그림자를 지우고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발버둥 쳤던 망국과 독립 건국과 전쟁의 산 증인 우남 이승만 대통령이 1965년 7월 19일 망명지 하와이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한일기본조약(韓日基本條約), 공식 명칭'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은 국교 정상화와 전후 보상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사이에 1965년 6월 22일에 체결된 조약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일 굴욕외교에 투쟁했던 어른거리는 어른아이들은 1917년 11월생 박정희를 맹비난하지만 도쿄올림픽을 통해 부활한 일본을 바라본 그는 피아와 좌우 배신과 생사로 얼룩진 자신의 가슴속에 새겨진 비수와도 같은 경험을 국가에 투신하여 다시는 자신과 같은 불행한 군인이 나와서는 안된다는 그의 전역사와 같이 다시는 자신과 같은 불행한 식민지 이등신민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진정한 어른의 심정으로 굴욕으로 매도된 한일기본조약韓日基本條約에 1965년 6월 굵고 결연하게 사인을 마쳤다.


이처럼 나라의 어른들은 굴욕과 매도 속에서도 오로지 후대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그 한 생애를 불사른다. 2025년 백년전쟁의 끝자락에 모두들 나라의 위기와 분열을 걱정하며 이구동성으로 나라의 어른이 없다고 개탄한다. 과연 그럴까? 나라의 어른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른거리는 어른 행세를 하는 가짜 어른에 가려 진짜 어른을 알아보지도 귀담아듣지도 못하는 우리들의 눈과 귀를 바로 잡아야 할 때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진정한 어른들을 십자가에 매다는 한반도 백년전쟁에서 결정적 실수를 되풀이한다면 어른거리는 부귀영화나 쫓는 저질스러운 가짜어른의 지배에 놓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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