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구름은 잔뜩 몰려 있고 비가 올 징후는 보이지만 결국 비가 오지 않는 상태가 밀운불우密雲不雨라고 한다. 달걀이 부화되어 단단한 껍질을 깨고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려면 병아리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하지만 어미 닭이 부리로 알을 쪼아주면 한결 수월하게 새 생명이 탄생되듯이 대 자연의 하늘이 잔뜩 찌푸리고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이 보이지만 천둥과 번개라는 줄탁동시啐啄同時가 없다면 쉬이 비가 내리기 어려운 법이다.
이처럼 대자연이나 대자연을 닮은 새 생명 모두 천둥과 번개, 그리고 어미닭의 줄탁동시啐啄同時가 없다면 비가 오기도 새 생명이 태어나기도 어려운 것이다.
한반도 백년전쟁은 마치 불확실성의 원리를 닮은 세포와 같이 때로는 포연이 가득한 전장의 모습으로 때로는 안개가 가득 낀 오리무중의 들판처럼 빽빽한 구름이 하늘을 가득 덮고 있는 밀운불우密雲不雨와 같은 모습으로 백 년을 함께 했는 지도 모른다. 앞으로 백 년은 불확실성이라는 모습을 걷어내면서 연시매최 희휘랑요(年矢每催曦暉朗耀), 즉 세월은 화살과 같아 매양 재촉하지만 아침햇살은 언제나 밝고 빛나리라는 기대감으로 새로운 출발 앞에서 기대 반 설렘 반을 가지고 2006년은 시작되고 있었다.
2006년은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처음으로 실행한 해이다. 2005년까지만 하더라도 6자 회담 복귀 결정 등으로 완화될 거라던 남북 관계가 다시 악화되었다. 상반기에 현대차그룹 비리가 터졌고,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및 환수 논란 역시 첨예하게 불거졌다. 10월에는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UN 사무총장에 선출되었다. 또한 대한민국 국민 수백만 명을 신용 불량자의 늪으로 몰아넣었던 카드대란이 이 해까지 끈질기게 지속되었다. 2006년 11월부터는 차량 번호판이 유럽식의 가로형으로 바뀌었으며, 인터넷상에선 대표적인 유행어가 된 욕설인 된장녀의 시초가 되기도 한 해였다. 5월 20일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괴한에게 커터칼로 얼굴을 피습당해 상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하였으며, 2006년 7월 28일에는 대한민국의 9번째 인공위성인 '아리랑 2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뉴욕타임스의 인기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늦어서 고마워(Thank You For Being Late)'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2006년을 가속의 시대가 시작되지 않은 해라고 정의하였다. 즉, 변곡점의 해(2007년)를 맞기 직전인 해라고 말한 이유는 이 해가 애플의 아이폰이 탄생하기 전 해였고, 아마존이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시작하기 전이어서 클라우드 컴퓨팅이 시작되지 않았던 마지막 시기였다. 이로 인해 이 해까지는 오프라인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듬해에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2011년부터 완전히 스마트폰 대중화와 함께 클라우드의 만남으로 인한 초연결 시대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언제 어느 곳에서나 컴퓨팅 파워에 연결되는 혁신적인 환경을 경험하게 된다. 한 마디로 2006년은 인류 역사에서 온라인 연결의 여명이 밝기 직전의 새벽이라고 할 수 있던 시기였다.
한반도 백년전쟁이 또 다른 백 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때 새로운 패권질서는 수백 년의 우여곡절 끝에 패권의 헤게모니를 쥔 패권국 미국에 의해 촉발된 인터넷 기반의 기술혁명, 즉 정보화 혁명에 불을 지폈고 이렇게 온라인으로 인류를 몰고 가는 새로운 문명은 더 이상 실물의 문명이 아닌 가상의 문명으로 세상을 탈바꿈시키는 가속문명의 세상을 우리 인류에게 선사했고 이 문명의 가속은 농업혁명과 가축혁명으로 시작된 인류문명이 산업혁명을 통해 가속된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초가속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했다.
농업혁명 가축혁명이 땅을 기반으로 하는 대륙문명의 등장을 가져왔다면 산업혁명은 기계문명을 촉발시키면서 해양세력이 문명의 패권을 쥐는데 일조했고 해양세력이 주축이 된 자유진영은 수십 년의 냉전을 통해 대륙세력이 중심인 공산진영을 마침내 무너뜨리고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를 열었고 그 팍스 아메리카나는 정보화 기술 혁명을 통해 기어이 새로운 가상세계의 문을 열고 들어가 가속문명의 액셀을 밟아 무서운 속도로 가상세계를 개척하면서 문명의 물꼬를 돌리고 인류가 가보지 않았던 미지의 영역으로 주저 없이 들어간 시기가 아마 이때쯤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정보화 혁명의 핵심인 클라우드 컴퓨팅이 우리 인류가 들어갈 가상세계의 하늘을 빽빽하게 뒤덮으면서 새로운 기술혁명은 마치 천둥과 번개처럼 새로운 세상이 알 껍질을 깨고 나올 수 있게 줄탁동시啐啄同時로 작동되어 밀운불우密雲不雨의 클라우드 컴퓨팅이 밀운폭우暴雨가 되고 가상세계로 들어온 인류에게 하늘에서 쏟아지는 정보혁명의 단비같이 내려오면서 정보화 사회가 폭발하는 미래세상이 우리 인류에게 성큼 다가오기 직전 2006년의 낙조가 밀운불우 密雲不雨의 구름 위에서 무심히 저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