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즉 ‘지소미아(GSOMIA)’는 한국과 일본이 체결한 유일한 군사협정이다. 2016년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병력 이동과 사회 동향, 북 핵·미사일 관련 정보 등을 일본과 공유하기 위해 체결하였다. 한국은 탈북자나 북·중 접경 지역의 인적 네트워크,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수집한 대북 정보를 일본과 공유하고 있고, 일본은 주로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이나 핵에 관한 기술 제원 분석 자료를 한국에 제공한다. 일본은 정보수집 위성 5기, 이지스함 6척, 지상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P-3와 P-1 등 해상초계기 110여 대 등의 다양한 정보자산을 통해 수집한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정보를 한국과 공유하고 있다.
지소미아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에 체결 직전까지 갔지만 일본과의 군사협력에 대한 한국 내 반대 정서가 상당한 터에 ‘밀실 추진’ 논란까지 일면서 여론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한국 정부는 서명식 50분 전에 체결 연기를 일본 정부에 통보하면서 지소미아 체결은 4년 뒤로 연기되었다.
2012년은 임진년壬辰年으로, 임진왜란이 일어난 지 정확히 7 갑자(420년, 1 갑자는 60년)가 지난해이기도 하다. 임진왜란은 왜라고 낮추어 부르는 일본이 정명가도를 앞세워 조선을 침략한 단순한 동아시아 전쟁으로만 바라보기에는 그 스케일과 이후 일어나는 세계 패권질서에 미친 영향력이 지대했다.
우선 임진왜란의 결과 팍스시니카라고 하는 사대事大하고 이소以小하는 중화질서의 주역이 명에서 청으로 뒤바뀌고 전쟁을 일으킨 도요토미 가문은 몰락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쇼군이 되어 에도막부를 세우면서 일본도 정권교체가 일어났으며, 정작 침략당하고 온 국토가 전장이 되어 초토화된 조선만 망하지 않고 꿋꿋하게 300년 이상을 유지한 임진왜란의 역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대략 난감하다. 임진왜란 7년 동안 몇 번이나 망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군사력과 병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일본군은 상상하기 어려운 의병들의 출몰, 빛의 속도로 달아난 군주의 몽진뿐만 아니라 누란의 위기 속에서 잠자고 있던 영웅들의 등장은 허허실실의 조선의 잠재력과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길고 짧은 것을 대보는 전쟁이라는 참혹한 방법은 허언과 실언 교만과 으름장이 탄로 나는 극한의 총력전이라고 밖에 볼 수 없으며 그 치열한 교전의 한가운데 한반도가 있었다.
콜럼버스가 1492년 신대륙을 발견하고 신대륙의 재화를 바탕으로 해양세력들이 굴기하여 백 년 동안 전통의 강자 대륙세력을 도모하기 위해 공을 들인 일본의 100년간의 내전을 종식시키고 드디어 대륙세력에게 도전한 전쟁이 임진왜란이었다고 한다면 임진왜란은 동아시아 대전이 아닌 해양세력이 팍스 시니카로 대표되는 대륙세력을 도모하여 세계패권질서를 뒤엎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최초의 세계대전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상상의 나래일까? 궁금해진다.
2012년은 런던 올림픽이 개최되었고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따는 쾌거를 달성했고 여수 해양 엑스포가 열린 해였으며, 4대 강 사업이 완공된 해이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2012년은 선거의 해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을 포함해 주요 주변국에서 선거가 있었다. 한 마디로 전 세계 정치의 대격변인 시대였다.
대한민국 -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4월 11일), 제18대 대통령 선거(대선, 12월 19일) 미국 -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 하원, 상원(1/3), 주지사 선거)(11월) 중국 - 18차 중국공산당 당 대회.
러시아 - 러시아 대통령 선거 (3월 4일) 일본 - 중의원 총선거 (12월 16일) 대만 - 대만 총통 선거, 대만 입법위원 선거 (1월 14일) 몽골 - 국회의원 총선 (6월 28일) 홍콩 - 행정장관 선거 (3월 25일), 입법의원 총선(9월 9일) 유로존과 G20 등의 주요 국가에서도 대선과 총선이 많았는데, 글로벌 경제 위기 대응에 리더십 부재가 우려되었다. 멕시코 - 총선, 대통령 선거(7월 1일) 스페인 - 총선(3월), 대통령 선거(11월 20일) 인도 - 대통령 선거(7월 2일) 터키 - 대통령 선거(12월) 프랑스 - 대통령 선거(1차: 4월 22일, 2차: 5월 6일), 총선(1차: 6월 10일, 2차: 6월 17일) 핀란드 - 대통령 선거(1월 22일), 국회의원 총선거(10월 28일)가 있었다.
타이타닉 침몰 100주년 되던 해인 2012년 이탈리아 부근 티레니아 해 토스카나 제도 질리오섬 근해에서 호화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암초와 충돌해 좌초 및 전복되었다. 승객 3,216명과 선원 1,023명 중 32명이 사망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승객이 미처 대피하기도 전에 선장이 승무원들에게 이함 명령을 내리고 자신도 먼저 탈출한 것으로 밝혀져 큰 물의와 함께 해양사고에서 업무상 과실뿐만 아니라 도덕적 해이마저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비록 인간의 속성이 거세개탁(擧世皆濁 지위의 높낮이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다 바르지 않다)하지만 그래도 공동체를 책임지는 사람들의 무게감과 청렴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 공동체의 단물만 빨다가 누란의 위기에 봉착하면 난파하는 배에서 제일 먼저 도망가는 쥐새끼 같은 존재들이 평시에 호언장담을 남발하다가 준비하지 못하고 공동체를 난파시키다가 침몰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임진왜란을 버텨내었던 히든 히어로들에 힘입어 300년 이상 소중화라는 정신승리를 하면서 서서히 망하는 길로 달려갔던 조선의 매국노들은 난파하는 배에서 가장 먼저 내리면서 호위호식하였고, 수많은 선각자와 민초들이 망국에서 건져 올린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공은 또다시 음식에 파리가 끼이듯이 매국노들을 단체로 초대하여 우리 앞에 위치하게 했다. 그들은 그들의 탐욕이 시키는 대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퇴행시킬 것이다. 그 퇴행마저도 역사의 한 부분이며 개인의 선택이라고 한다면 안타까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는 것이 세상의 문명이다.
2012년은 퇴조하는 해양세력 사이로 떠오르는 대륙세력의 굴기를 지켜본 한 해였으며 거세개탁(擧世皆濁 지위의 높낮이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다 바르지 않다)의 원리는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들였고 그렇게 정신문명이 물타기를 하는 순간 패권질서는 변곡점을 넘어 요동치면서 새로운 패권국을 가리는 전쟁과 갈등이 서서히 시작되고 첨예화되기 시작한 때가 2012년이었다.
원교근공遠交近攻, 이합집산離合集散이 난무하는 국제 패권질서는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비록 대륙에 있다 하더라도 패권질서상의 위치는 해양세력과 손잡을 수밖에 없었으나 백 년의 적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에 대해 국민여론은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국익의 향방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한다면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는 유연한 사고를 하기에 2012년은 아직 시기상조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