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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해 록] 백년전쟁 118, 평화쇼 2018

by 윤해

보고 보이고, 보고 또 보고는 시각문명을 사는 우리의 일상이며 감정이며 의미이다.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다라는 속담에서 아예 계량화된 수치로 시각을 정의할 정도로 우리는 뇌정보 세상에서 눈을 통해 보는 시각문명의 세상을 전부라고 착각하면서 시각을 수치화하고 그 수치에 기반하여 뇌로 계산하면서 과학을 도구로 하여 한 세상을 살고 있다.

그에 반해 자연 속에서 자연과 호흡하고 사는 사람의 감각은 직관적이다. 그냥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이라는 육근이 청정하게 작동하면 색성향비촉법色聲香味觸法이라는 육경이 활성화되어 특히 시각과 미각이 극대화되고 귀와 눈사이가 서로 연결되면 자연에서 일어나는 섭리를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나와 너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시각에만 의존해서 바쁘고 계산적으로 살아야 하는 세상 속의 나는 원래 육근이 작동되고 육경이 활성화되면서 직관적이고 자연스럽게 살아야 할 나였던 것이다. 육 근六根중에 오로지 안근眼根만을 혹사시키는 세상에서 살다 보면 보는 것이 곧 믿는 것이 되어 쇼 Show와 리얼리티 Realty가 반복되는 세상 속에서 나와 너는 믿음과 불신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오욕칠정을 반복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18년은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최초의 만남이 있던 해였으며,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약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그리고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이 모두 한 해에 열린 해였다. 2018년에 대한민국에 장기 고용 쇼크가 밀어닥쳤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실업자가 생겼으며 청년 실업률도 고공 행진이었으며 이에 대한 정부 대책에 비난이 쏟아졌다. 대한민국 국회 환노위 소위에서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이 처리되었다. 2018년에 미국 대한무역 수입규제 논란, 화웨이 대한민국 통신사업 진입 논란, 대한민국 암호화폐 규제 논란이 있었다. 3김 시대의 마지막 생존자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사망했다. 이로서 3김시대는 반세기 만에 막을 내리면서 대한민국 정치는 인물중심의 정치가 명실공히 종언을 고했다. 해외에서는 시진핑이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에 연임되었고, 2018년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이 러시아 대통령으로 재선출되었다.

2018년 전쟁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던 북한은 평창 올림픽을 통해 당시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이 직접 한국에 방문하여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응하면서 2018 제1차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북한문제의 해결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었다. 4월 1일 역사적인 평양 공연이 열렸으며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판문점 선언이 선언되었다. 하지만 북미 간의 마찰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북미정상회담이 난항을 거듭하다가 마침내 6월 12일 성사되었다. 5월 26일에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9월 18일~20일에는 2박 3일 일정으로 2018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개성공단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만들어졌다. 10월부터 남북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DMZ)의 지뢰 제거 작업에 착수했으며,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에서 정전 협정 이후 65년 만에 처음으로 군용 도로를 연결하였다.11월 30일 유엔의 대북제재 예외 인정을 받고 남북 철도 공동조사가 시작되었다. 이는 10년 만에 다시 열리는 공동조사로서 경의선과 동해선에서 18일간 진행되었다. 또한 이번 공동조사를 통해 북한 부분 동해선을 최초로 대한민국 측 열차가 달리게 되었다.

1948년 남북한이 각각 단독정부를 세우고 북한의 남침으로 수백만이 사상되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도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는 155마일 휴전선 6중 철책을 사이에 두고 백만 명이 넘는 병력이 대치하고 있는 엄혹한 세계 패권질서의 최전방에서 남북한 그리고 패권국 미국이 함께 벌였던 한바탕 평화쇼는 팔천만 한민족에게는 마치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몽롱한 기억으로 다가오지만 실체와 알맹이는 없었고, 무엇보다 오천 년 역사상 최대 비극을 일으키고 70여 년간 기나긴 세월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도발을 한 북측이 일언반구 한마디 사과도 없이 평화를 향한 남북간 합의를 시도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말도 되지 않는 것에 실체가 있을 리 만무한 허황된 현실에서 온 국민들에게 희망고문을 가하고 조작된 평화쇼는 결국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는 디딤돌이 된 것이 아니라 분단을 고착화시킨 걸림돌이 되기에 충분했다.

1948년, 1988년, 2018년 70년간의 체제경쟁은 이제 그 우열을 논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무의미했지만 88 하계올림픽이 세계 패권질서를 요동치게 하여 팍스 아메리카나를 이끈 노쇼 No-show가 아닌 리얼리티쇼였다면 그로부터 한세대 30년이 흘러 우여곡절 끝에 개최된 평창 동계 올림픽은 분단에 이은 전쟁과 휴전의 성격과 형성 그리고 책임소재를 도외시하고 유토피아적 종족주의에 기반한 경도된 이념에 의해 사심 가득한 치적에 현혹되어 국익을 훼손하면서 머리에 핵을 이고 살아야 하느냐 마느냐의 골든 타임을 그야말로 헛되게 낭비하면서 북한핵무력 완성을 두 발 벗고 도와준 형국이 되고 말았다.

The show must go on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면서 2018년의 평화쇼는 언제든지 계속적으로 반복될 것이다. 그때마다 대한민국의 국익은 훼손될 것이고 협상력은 떨어질 것이며 핵공포를 앞세운 안보리스크는 증대될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떤 판단을 하던 그 중심에 대한민국 국민이 있어야 하며 나아가 독재로 신음받는 북녘동포를 한순간이라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우리는 진짜 순식간에 삶은 소대가리가 되지 않는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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