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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해 록] 백년전쟁117, 파정현사破正顯邪2017

by 윤해

무위無爲의 자연이나 인위人爲의 세상이나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는 복잡계이다. 비록 우주와 같은 복잡계가 내 안에서 숨 쉬면서 살아간다고 느껴도 오늘을 사는 나는 복잡계의 어마어마한 분량에 압도당하면서 내가 느끼고 인식할 수 있는 범위로 좁히고 나눠서 자연이든 세상이든 바라보아야 그나마 해석이라는 것을 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우리가 발을 붙이고 사는 자연이고 세상 아닐까?


자연의 섭리나 세상의 원리 모두 파동을 그리며 업다운을 반복한다. 뇌정보 세상에서 시각문명의 관점으로 현상을 바라보면 직선적 사고를 할 수밖에 없으나 이 직선이라는 것이 파동이라는 곡선의 한 점과 다른 점을 이어 붙인 지극히 짧은 순간에 바라보며 직선이라고 착각한 것일 뿐이라는 생각에 미치면 자연이나 우주 심지어 세상마저도 유구한 시간으로 늘려보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연속된 파동으로 굴러간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 있다.


세상도 선세善世와 악세惡世가 교차하면서 선세善世를 만나면 서로가 힘을 모아 공동체를 위해 제 한 몸 희생하여 인간을 이롭게 하려는 홍익인간들이 나타나서 파사현정破邪顯正, 즉 사악한 무리들을 척결하여 바름을 세우려고 온 힘을 다하지만 악세惡世를 만나면 파정현사破正顯邪가 되어 바름을 파괴하고 사악한 무리들이 득세하는 세상이 되고야 마는 것이다.


왕정과 민주정의 가장 큰 차이가 정正과 사邪를 판단하는 주체이다. 세습하는 왕정에서 정과 사를 왕이 최종적이고 신속하게 판단하는 것과는 달리 투표하는 민주정에서 정과 사는 모호하고 지체된다. 바람 앞에 갈대와 같은 민심은 쉽게 선동되고 집단이성은 늘 광기가 끝나고 나서야 서서히 고개를 든다.


파사현정破邪顯正을 내세우며 2017년 3월 10일,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었으며, 이에 따라 5월 9일에 최초의 조기 대선이 치러졌다. 이 선거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2008년 노무현 정부 이후 약 9년 만에 다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었다. 파사현정破邪顯正인지 파정현사破正顯邪가 된 것인지도 모르는 대선이 치러졌고 탄핵과 파면 그리고 대선 과정에서 분출된 대한민국 사회의 세대 간 지역 간 골은 더욱 깊어갔고 나라는 반쪽이 나서 분열되었으며 권력에 굶주린 매국세력들은 국가와 국익은 도외시한 체 저마다의 사익과 한 줌도 안 되는 권력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협잡과 선동 그리고 누명과 사기를 서슴지 않으면서 주권자 국민들을 속이고 갈라놓으면서 한반도 백년전쟁은 포연과 총알이 난무하는 고전적인 전쟁에서 한눈팔면 코 베어 가듯이 순식간에 여론조작과 선동을 통해 공동체적 비극을 악용하고 패거리를 작당하면서 파정현사 破正顯邪를 눈 깜짝하지 않고 실행하는 사이버전쟁으로 온 나라를 몰아넣고 있었다.


2017년 미국에서는 오바마 행정부 시대가 끝나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한국에선 87 체제가 한세대를 지나는 30주년을 맞이했고, 개신교계도 루터의 종교 개혁 500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영웅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자 동시에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100주년이 되는 해도 이 해였다. 2017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북한의 도발과 위협이 가장 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무려 11차례의 미사일 도발로 인해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절정에 달하던 시절이었고 이로 인해 북미관계까지 최악으로 악화되었다. 또한 11월에는 판문점 JSA에서 북한에서 귀순한 북한군 병사를 북한군이 남측 일부까지 넘어갔다가 되돌아가면서 총격을 벌였던 사건이 발생하였다. 또 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은의 말싸움도 남북관계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2014년 4월 16일 사고 이후 3년 동안 바닷속에 잠수되었던 세월호가 3년 간의 인양작업 끝에 그 모습을 해상에 드러낸 것이다. 11월 경북 포항지역 지진 및 여진으로 인해서 더 이상 한반도 및 대한민국도 지진 안전 지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12월 21일에 충청북도 제천시 하소동에 있는 스포츠센터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하여 59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선세善世에서는 저마다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 반면에 악세惡世가 되면 저마다 공동체가 피땀 흘려 건설한 소중한 자산을 먼저 보고 먼저 가지려고 안간힘을 쓰기 마련이다. 피아와 선악이 분명하지 않는 사이버 전쟁에서 세상은 복잡계가 되어 모든 것이 불명확하고 일리一利에 따라 움직이면서 무엇이 정正이고 무엇이 사邪인지 헷갈리며 나라 전체가 하루도 바람 잘날 없이 굴러갔고, 국민들은 생업보다 국가를 걱정했고, 파사현정破邪顯正하겠다고 그 난리를 치며 집권했던 그들은 민생과 외교 심지어 안보마저도 혹세무민惑世誣民하고 파정현사破正顯邪하면서 대한민국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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