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은 전장에서 전사하기보다는 혼군의 감옥에서 옥사하기가 쉽다. 세계 해전사에서 독보적 명장인 이순신 장군조차도 혼군 선조의 감옥에서 모진 고문 끝에 목숨만 건지는 백의종군을 하다가 원균이 지휘한 칠전량 해전에서 거의 궤멸되다시피 한 조선 수군을 다시 맡아 12척의 배로 명량에서 대승을 거두고 노량에서 전사한 것은 다시는 혼군의 감옥에서 옥사하지 않겠다는 명장 이순신 장군의 바람이 이루어졌다고 위안을 삼아야 할 정도로 명장의 말로는 안타깝고 애석하기 그지없다.
이처럼 혼군의 감옥에서 옥사하는 것은 명장에게는 죽음 보다 더 피하고 싶은 불명예이다. 주로 혼군 옆에서 명장을 시기하여 누명을 씌운 자들의 면면이 간신배나 환관들처럼 절체절명의 전장에서는 장두노미藏頭露尾와 같이 머리만 숨기고 꼬리는 드러내며 위험 앞에 머리만 숨기는 타조와 같은 어처구니없이 비겁하고 저열한 자들의 모함에 걸려 갖은 수모와 고문 끝에 누명을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가야 했던 이루 헤아릴 수도 없는 명장들의 억울한 죽음 앞에 백성들은 좌절했을 것이다.
역사를 통찰해 보면 국가의 흥망성쇠가 혼군과 명장, 명군과 졸장, 혼군과 졸장, 명군과 명장의 네 가지 조합으로 흥망이 가려지고 성쇠가 다가온다. 대륙을 호령하며 만주와 중원을 내달리던 고구려 개마무사의 웅혼한 기상도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이라는 명군을 만났을 때 시너지가 되어 고구려를 동북아를 호령하는 최강자로 만들었으나 영류왕 고건무를 암살하며 정권을 잡은 대막리지 연개소문 사후 그의 동생과 아들들은 갈갈이 분열되어 스스로 혼군이 되면서 평양성의 개마무사들은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대륙을 내어주고 만주를 넘겼으며 평양성 마저 함락당하면서 천년사직 고구려를 나당연합군에게 갖다 바쳤다.
이처럼 군주와 장군의 공식은 문명을 이룬 국가의 명멸에 절대적으로 개입한다. 이러한 역사적 철칙은 왕정에서 민주정으로 체제가 바뀌어도 변할 수 없는 원리이다. 다만 누가 군주이며 누가 장군인가의 역할만 바뀌고 헷갈리게 할 뿐이다.
왕정이 민주정으로 권력의 주체가 바뀌는 역사의 현장은 늘 피바람과 함께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날 민주정이 자리 잡은 구미 선진국들도 하나 같이 수백 년간의 피비린내 나는 혁명과 전쟁을 거쳐 지금의 위치에 있음을 생각하면 대한민국의 민주정은 어쩌면 기적적으로 만들어졌고 필연이 아닌 우연, 즉 자발적이며 스폰테니어스 spontaneous 하게 우리 힘으로 만들어 나간 것이 아니고 수많은 우연이 겹치는 세렌디피티 serendipity 하게 우리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의심해 보자.
87 체제 이후 6 공화국의 군주는 투표권이라는 주권을 가진 국민들이다. 주권자 국민들이 투표권을 행사하여 뽑는 대통령은 과거 왕조시절의 장군이라고 보면 된다. 국민들 개개인들은 1/n이라 생각하며 국민들 속에 숨고 싶지만 민주주의의 주권자는 국민이라고 총칭되는 너와 나이며 그렇게 나와 네가 주인이 되어 나라를 지킬 대통령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국가의 미래는 성쇠하고 명멸해 간다. 이러한 엄혹한 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스로 뽑은 대통령의 임기도 끝나기 전에 한 줌의 권력에 목숨을 거는 매국적이며 반국가적이고 교활하고 시기하며 결정적으로 국민들의 선택이라는 주권을 부정하고 대선불복을 도모하며 임기시작부터 대통령이라는 국민 다수가 뽑은 장군을 뒤 흔들고 모함하고 시기하여 마침내 누명을 씌워 탄핵하는 행위야말로 혼군의 감옥에서 명장을 옥사시키는 국가 멸망의 길로 달려가는 광기이며, 이러한 매국적 광기가 민주주의를 참칭 하고 국민들을 선동하면서 21세기 2016년 대한민국에서 백주대낮에 버젓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2016년 10월 24일, JTBC 뉴스룸 단독 보도를 통해 대선불복세력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탄핵정국으로 온 국민들을 몰아갔다. 그들은 혼군의 감옥에서 명장을 옥사시킨 간신배와 환관들처럼 혼용무도昏庸無道 , 즉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없어진 사회문제의 책임을 군주, 즉 지도자에게 묻는다는 도로 왕정시대 혼군의 감옥을 재현시키면서 21세기 대명천지 대한민국이라는 민주정에서 주객이 전도되고 책임이 전가되는 모함과 시기, 불복과 음모가 난무하는 기이한 탄핵정국을 기어코 만들고야 말았다.
2016년 병신년丙申年은 각종 사고로 얼룩 졌다. 아동학대사건으로는 평택과 청주 그리고 경남 고성에서 아동 암매장 사건을 비롯하여 부천 여중생 백골 시신 사건, 제주 성당, 수락산 묻지 마 살인사건, 오패산터널 총격 사건 그리고 대형사고로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연쇄 추돌사고,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 관광버스 화재 사고, 대구 서문시장 화재사고가 있었다. 성범죄 사고로는 칠레 한국 대사관 직원 성추행 사건, 흑산도 집단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사고,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도 이해에 발생했다. 정치 관련 이슈로는 동남권 신공항 지정 논란, 주한미군 사드 THAAD 배치 논란, 자연재해로서는 태풍 차바, 울산 지진, 경주 지진, 문화계 성추문 폭로 사건도 2016년에 터졌다.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북한 광명성호 발사 사건,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이어 북한은 5차 핵실험으로 대한민국을 지속적으로 도발하고 있었다. 영국은 브렉시트를 통해 유럽연합과 결별했고, 미국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브라질에서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렸고, 36대 대통령이자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었던 지우마 호세프대통령 탄핵이 있었다.
2016년의 탄핵사태는 온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주권자 국민들을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으로 만들어 대한민국이 70년간 쌓아온 소중한 공동체적 가치를 훼손시키고 87 체제의 5년 단임의 대통령임기를 무력화시키면서 대한민국의 역량을 소모시켰다. 이 모든 것은 세렌디피티 serendipity 하게 우리에게 주어진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우며 스폰테니어스 spontaneous 하게 명장을 혼군의 감옥에서 옥사시킨 치밀한 공작의 결과였다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민주정의 주권자로서 혼용무도昏庸無道의 주인공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명장을 옥사시키느냐 아니면 명장을 혼군의 감옥에서 꺼내어 공복으로서 국민들에게 봉사하게 하느냐는 온전히 주권자 국민들의 몫이다. 누란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건져내고 최후의 승자가 되어 다음 세대에게 온전한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한 하이브리드전쟁의 소리 없는 포성이 지금 우리를 감싸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