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해 록] 타이탄, 타이타니아, 타이타닉

by 윤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족인 티탄을 영어식으로 타이탄이라고 하며 타이탄의 여성형이 타이타니아이다. 건조하고 처녀항해에 나선 대서양 횡단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이라는 배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타이타닉은 그 당시 어떠한 배보다도 호화롭기도 했지만 거대한 배였음이 분명하다.

거대하고 호화로우면서 오만하기까지 했던 타이타닉을 바라보면서 그 당시 세상을 사는 인간의 눈에는 타이탄이라는 신족의 반열에 인간이 올라간 것처럼 여겨졌지만 명실이 상부하지 못한 거품은 버블과 같이 하늘로 날아가다 터질 수밖에 없는 숙명이요, 대서양이라는 바다에 외로이 떠 있는 일엽편주와 같은 운명에 불과했던 배의 비극적 결말이 타이타닉호의 침몰이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기는 이유는 말 그대로 영육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즉 육적 존재에서만 그치지 않고 영이라고 하는 신령스러운 신의 경지로 나아간 영을 가진 우리 인간은 구속사적인 육체와 함께 한없이 자유로운 의미와 비약이 가능한 자유로운 영으로도 거듭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존재이기도 하다.

때문에 인간은 육의 한계를 영의 자유함으로 극복한 지구상의 유일무이한 생명체이며, 이 영의 자유함으로 끊임없이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래로 나아가면서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자신의 현재를 몰빵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Если жизнь тебя обманет,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Не печалься, не сердись.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В день уныния смирись,
기쁜 날이 오리니
День веселья, верь, настанет.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Сердце в будущем живёт,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Настоящее уныло.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Всё мгновенно, всё пройдет,
지나간 것 그리움이 되리라
Что пройдёт, то будет мило.

러시아 근대문학의 창시자이자 러시아의 국민 시인으로,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황금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Если жизнь тебя обманет)'이다.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통찰을 이처럼 간결하게 풀어낸 시가 어디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푸시킨의 시는 회자되고 암송된다.

암울한 현실, 가불 된 미래 그리고 그리운 과거라는 메타포는 하늘을 찌를 듯 쌓아 올리는 바벨탑과 크고 거대한 것을 추구하는 타이탄과 같은 신족이 되고 싶은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현재를 갈아 넣으면서 스스로 암울한 현실로 자신을 내몰고, 오지 않고 불확실한 미래를 미리 그려내면서 미래를 생이 다하는 날까지 가불 하면서 틈만 나면 지나간 과거로 달려가 기억조작을 통해 그리운 과거를 만들어 내는 것에 우리 인간은 특화되어 있는 것 같다.

빛나는 미래를 향해 날아가는 우리 인간이 달고 있는 이카루스의 날개가 밀랍으로 만들어져 태양에 다가갈수록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금만 더 더 더를 외치며 태양에 다가가다 바다에 떨어져 침몰하여 사라지는 인간의 구속사적 숙명 앞에서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인간의 운명은 정녕 부질없는 것인지 여전히 우리 인류는 해답을 찾기 위해 몸부림 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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