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도 이제는 조급해서 어둠이 올 때까지 기다릴 사이도 없이 그림자 속으로 달려가고 있는 세상을 보면서 빛과 어둠이 아니라 빛과 그림자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끊임없이 긍정과 부정 사이에서 헤매게 되어 있다. 긍정이라는 영어표현은 positive, optimistic, affirmative, upbeat, favorable과 같이 다양하다. Positive는 '긍정적인'을 영어로 표현할 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표현이고, 태도나 반응이 긍정적인 경우에도 사용된다면 Optimistic은 주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나 희망적인 예측을 영어로 표현할 때 사용된다. Affirmative는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이나 동의를 영어로 표현할 때 사용되며 Upbeat는 주로 사람의 기분이나 태도가 밝고 긍정적인 경우이고 Favorable은 상황이나 조건이 긍정적이고 유리한 경우를 영어로 표현할 때 쓰인다고 한다. 부정은 그에 비해 밋밋하게 Negative, denial 같은 말로 표현되며 이 다양한 단어의 기저에는 밝은 빛을 보느냐 어두운 그림자를 보는가에 따라 긍정과 부정은 교차된다.
이처럼 긍정과 부정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처럼 상호 보완적이며 한 몸 같이 붙어 다니는 나와 나의 그림자와 같다. 빛이 사방에서 환하게 비칠 때면 무영탑인 석가탑 마냥 나의 그림자는 어디 가고 없고 빛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면서 힘을 잃어가기 시작하면 나의 그림자는 마치 다가올 어둠을 인도하듯이 나에게 바싹 붙어 다니면서 원래 나보다도 더 길고 짙게 어둠을 깔고 나를 바싹 따라다닌다.
이것은 마치 호수 위에 비치는 달이 환하게 빛나는 달 자체가 아니라 호수에 가라앉은 달그림자처럼 빛이 죽고 어둠의 그림자로 교차되면서 분명 달빛을 보려 하지만 달그림자 밖에는 볼 수 없는 인식의 한계 앞에서 우리는 때때로 좌절하며 장탄식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리는 것이다.
자연에는 해와 달이 있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밤과 낮을 교대하면서 해님과 달님으로 우리를 감싸고 있다면 세상을 사는 우리는 부모님의 사랑과 스승님의 가르침으로 입세와 출세에 여념이 없이 세상에 취해 살면서 님 그림자 라도 찾아 나서는 것이 세상을 살면서 행해야 할 사람의 도리이나, 도리를 말하고 행하기는 어렵다.
부모님과 스승님이 손님과 고객님으로 대체된 자본주의 세상에서 님은 침묵할 수밖에 없고 먼 곳으로 떠난 님의 님그림자 하나라도 부여잡으며 실체도 없는 님 그림자를 행여나 밟을세라 노심초사하는 모습들이 애잔하다.
달을 보지 못하고 달그림자만 쫓으면서 자연에서 빠져나와 세상으로 입세한 우리가 나답게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세상에서도 여전히 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님 그림자만 쫓아다니다가 우리를 있게 한 부모님은 알아보지도 못하고 객처럼 흩어지는 손님에 한 눈 팔고 스스로 이기는 스승의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고객님에게 올인하면서 님 그림자를 부지런히 쫓고 있는 모습이 오늘을 사는 나 그리고 너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