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해 록 ] 벼락부자, 벼락거지

by 윤해

천둥과 벼락은 하늘에서 내리는 것이고 부자와 거지는 땅 위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천손민족이라 자부하며 대홍수 후에 땅으로 내려온 한민족의 원류는 제사장 민족의 후예답게 흰옷을 입고 그 옛날 중원대륙에 이어진 황해 평원을 지나 척박한 한반도의 산악지형으로 수구초심의 몸이 기억하는 데로 이끌려 들어왔고 천손민족의 후예답게 하늘로 다가서려는 소명의식으로 산을 타고 넘으면서 첩첩산중 한반도를 개척했다.

농업이 생명줄이며 문명의 알파와 오메가이던 시절 풍요롭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거대한 강과 비옥한 평야에 자리잡지 못한다는 것은 곧 공동체 차원의 소멸로 이어지는 시대에서 한반도라고 하는 벼농사 최악의 장소에서 문명을 시작한 한반도인의 은근과 끈기 그리고 소명은 뭔가 남달랐고 그 남다른 DNA가 우리 들의 피에 흐르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이다.

우물 안 개구리 마냥 서로가 서로를 모르던 시절 우리는 우리 밖에 알 수 없었고 모순을 극복하는 방법도 우리를 더욱더 단련하는 내재적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첩첩산중 한반도 산악지형에서 공동체의 지평을 넓히고 번성해 갔으며 유의미한 생존을 넘어 문명 선도국가로 까지 성장해 간 저력의 민족이 한반도를 개척한 우리들의 조상이라고 이야기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말과 글로 써 내려가는 뇌정보 문명과 달리 손과 땀으로 써 내려간 유전정보에 해인과도 같이 각인된 우리 조상들의 한반도 생존분투기에 이은 번영과 번성의 기록은 필설로 전달하기에는 산이 높고 골이 깊다.

한반도 대부분의 위도가 벼농사 작물재배 한계 위에 위치한 한반도에서 생존 이상의 유의미한 번영을 원했던 한반도인들은 지정학적 저주에도 불구하고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벼농사를 선택했고 그 선택의 결과로 천둥과 같은 극강의 에너지를 동원하지 못하면 번개 같은 속도로 벼락거지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늘 한반도의 산악지형은 한반도를 사는 우리에게 순간순간 굽이굽이 장면장면마다 극강의 에너지를 쥐어짜게 하였고 그 짜낸 에너지가 일모작도 못 되는 한반도의 벼농사를 다락논과 다랭이논으로 진화시키면서 벼농사를 수직상승시켜 한반도의 첩첩산중을 개척하고 개간하면서 우공이산까지도 실현시킨 극강의 가성비를 완성해 낸 은근과 끈기의 별난 민족이 바로 한반도의 산악지형을 이겨내고 중심국까지 도약했던 경험을 가진 우리 민족이기도 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 한민족의 피를 타고 흐르는 기질 속에는 제사장 민족의 특징인 백의민족으로서의 우월감이 흐르고 있고 천손민족이라고 하는 마고문명의 후예로써 한반도의 험준한 첩첩산중을 천둥처럼 개척하고 벼락처럼 개간한 이루 헤아릴 수도 없는 에너지가 우리 민족 안에 내장되어 있다는 자각 없이는 지금 현재 우리의 위치를 가늠하기도 인정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다.

장구한 역사 속에서 우리는 벼락거지로 전락한 순간도 벼락부자가 된 찰나의 시간도 마치 희비쌍곡선 마냥 순간의 속도, 찰나의 기억으로 사막의 신기루 같이 왔다가 사라졌다. 마치 나락과 떡상이 빨리빨리 오락가락하면서 한민족을 한반도에 가두어 신병교육대와 같이 단련시킨 모습이 우리의 자화상이며 그 속에서 명멸해 간 세상 속의 부자도 거지도 순간과 찰나를 반복하는 벼락거지 또는 벼락부자에 지나지 않음을 우리는 이미 몸속 깊이 아로새겨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번쯤 나를 나아가 겨레를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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