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香氣는 은은하고 악취惡臭는 날뛴다. 청백리의 향기香氣는 은은하고 질기게 대를 너머 전해지지만 탐관오리의 악취惡臭는 당대에서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퍼져나가고 급기야 세상을 떠들썩할 정도로 오명汚名까지 날린다.
오명汚名은 쏜 화살 모양 발 없는 말이 천리를 날아다니고 청명淸名은 있는 듯 없는 듯 보일 듯 말 듯 숨어서 세상을 받친다.
대명천지라는 말의 어원은 충북 괴산 화양동 계곡에 우암 송시열이 쓴 ‘대명천지, 숭정일월(大明天地, 崇禎日月)’이라는 암각에서 나왔다고 한다. “하늘과 땅은 대 명나라의 것이고, 조선의 해와 달도 명나라 의종황제의 것”이라는 사대를 넘어 모화慕華로까지 나아간 소중화 조선의 짝사랑 대상인 명나라가 대명천지의 어원이 되기에는 한참 모자랐고 크지도 밝지도 못했던 그저 그런 중국의 왕조에 불과한 나라였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현대 중국의 국경선은 명나라를 멸망시킨 청나라의 강역이며 명나라 이전의 중원의 주인은 대원제국이라고 부르는 칭기즈칸의 후예들이 건국한 역사상 가장 큰 세계제국이었다. 이처럼 세계최대제국 중의 하나인 원나라와 가장 넓은 중원제국을 건설한 청나라 사이에서 낀 존재에 불과했던 명나라를 대명천지, 숭정일월大明天地, 崇禎日月이라며 극 찬양했던 조선 사대부들의 심리상태는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늘 궁금했다.
한족 중심의 마지막 통일왕조 명나라는 오왕 주원장이 흑암인 원나라를 몰아내고 세운 나라라 하여 명이라는 국호를 쓴 것이다. 농민 봉기로 건국하여 농민봉기로 멸망한 특이한 흥망사가 명나라의 역사이며 조선의 건국과 함께 명나라 중심의 중화질서가 300여 년간 지속되면서 동아시아 대전, 임진왜란에서 조명연합군을 구성하여 해양세력의 주구 일본을 물리치면서 중화질서를 가까스로 지키는 데 성공했으나 새롭게 떠오른 강자 청나라에 의해 명은 멸망하고 조선은 병자호란의 패전으로 삼전도의 치욕을 당하면서도 살아남아 소중화로서의 자긍심과 함께 오랑캐라고 업신여기던 청나라에게 사대해야 했던 이중구속의 역설적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가면서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스스로 쇄국이라는 국가멸망의 길로 깊숙이 진입하고 말았다.
식물이 만든 지구는 지구의 생산자 식물이 내뿜는 향기香氣로 가득 차 있다. 식물의 향기香氣를 머금고 자라난 지구의 소비자 인간이 만든 세상에는 문명이라는 가상의 향기香氣를 향해 달려가지만 대명천지가 암군을 만나 나라는 멸망으로 내달리고 민생은 도탄에 빠진다.
도탄에 빠진 명나라 마지막 황제 숭정제는 다음과 같은 현실진단을 한다 "지금 벼슬하는 자들은 오로지 제 몸을 가지고 일을 꾀하는데, 관직을 장사처럼 생각하여 한껏 차지하고도 더 욕심을 부린다. 심지어는 파면을 당하고도 명령을 어기고 마구 긁어모으며 기회만 생기면 배를 채운다. 또 공신이나 척족들도 만족을 모르고 수도와 지역 땅을 탐욕스럽게 사 모은다. 지방관들은 지역 방어의 본분을 잊고 마을을 침탈하는데, 무뢰배들을 수족으로 삼고 간악한 자들을 받아들인다. 못난 관리들은 세력가들이 두려워 꼬리를 치며 아부한다. 악이 쌓여 관아를 좀먹으니 빌미만 생기면 낚아챈다. 오호라! 연약한 백성들이 어찌 편히 발을 뻗고 쉬겠는가!" 이것이 가상의 향기香氣를 따라가는 문명이 만든 실상의 세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명汚名이자 악취惡臭이다.
실상의 악취惡臭를 하나하나 걷어내면서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하기 위해 일 년에 등산화 세 켤레가 닳도록 애쓰는 목민관을 보면서 말로만 애국하는 매국노들의 악취惡臭가 사라지고 향기香氣나는 대한민국은 언제쯤 볼 수 있을지 기대가 난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