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문맹률 70~80%, 상수도 보급률 10~15%, 하수도 보급률이 5% 도시화율 약 15~17%, 전기 공급률 약 10~15%, 전화기 보급률 인구 1,000명당 약 1.5~2대였으며, 1인당 GDP가 대략 40~70달러로 세계 최빈국, <팩트풀니스 Factfulness>에서 언급된 1단계 국가보다 한참이나 아래 수준이었고, 수출은 대부분 1차 광물인 텅스텐과 쌀로 대략 년 약 1천~2천만 달러였다.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찾아온 해방 전후의 우리들의 초라한 성적표가 이와 같았다고 한다.
늘 상상 이상의 고난이라는 고난의 역치가 높은 한반도인들에게 불현듯 찾아온 해방 전후 국가로서의 성적표는 <팩트풀니스 Factfulness>의 저자 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가 분류한 1단계 국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팩트 폭격 앞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어야 할지 대략 난감하다는 느낌도 사치스러운 표현은 아니었을까?
난세에 영웅이 나고 태평성대에서는 백성들 배 두드리는 소리만 들리고, 태평성대가 지속되면 악세의 간웅이 출현하는 것은 흥망성쇠와 정반합이 요동치는 거시사의 익숙한 패턴이다.
거시사의 익숙한 패턴 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동의와 단합이 시작되는 단계가 초라한 출발일 것이다. 누가 봐도 명백한 가난은 빈곤탈출의 강력한 동인으로 작동하여 공동체를 하나로 뭉치게 한다. 그 강력한 팩트풀니스가 압도적 욕망과 만나면 다른 이념이나 사상은 들어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유한한 시간을 사는 인간은 시간이라는 절대재화를 공간이라고 하는 상대재화로 바꾸면서 유한한 시간을 무한한 공간으로 바꾸려는 몸부림 속에서 인생을 사는 존재이다.
망국 직전에 이 땅을 찾은 수많은 이름 모를 선각자들이 뿌린 씨앗이 식민지 시절 고난과 탄압 속에서 땅 밑에서 은인자중 발아할 날만 기다리다가 해방과 함께 대지를 박차고 튀어나온 난세의 영웅들이 해방공간에서 명멸해 가는 동안 전쟁의 참화는 한반도를 초토화시키면서 초라한 출발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한반도의 모든 것을 깨끗이 철거하고 무에서 유를 만드는 대한민국의 기적의 역사는 만난을 헤치고 적재적소에 이루 헤아리기도 어려운 히든 히어로들을 탄생시켰고 대한민국은 <팩트풀니스 Factfulness>에서 언급한 국가의 단계를 단숨에 1단계에서 4단계로 격상시키는 기적의 역사를 통한 위대한 여정의 반세기를 쉼 없이 달려왔다.
그리고 그 위대한 여정의 엔진이 공회전을 거듭한 지도 사반세기를 지나고 있다. 즉 불안한 미래가 시작된 것이다. 불안한 미래에 등장하는 간웅들은 난세의 세상을 태평성대로 바꾼 난세의 영웅들과는 격과 질이 많이 다르다. 그들의 도덕관은 땅 밑에서 썩고 있었고 그들의 상상력은 빈약하며 무엇보다도 그들이 지향하는 세상은 악세惡世라고 불리는 버금세상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으뜸이 아닌 버금을 바라보는 즉시 세상은 영웅의 희생이 아닌 간웅의 협잡으로 물들어 가고 공동체는 선세善世의 희생보다는 악세惡世의 협잡에 환호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잠재운다.
창업보다는 수성이 어렵다는 역사의 불문율은 21세기 대한민국에 그대로 들어맞는 말이다. 파일럿 국가라고 하는 역동성과 규모 그리고 기적의 역사를 써 내려가 본 경험과 경륜은 미중패권질서라고 하는 지정학적 격랑과 뒤섞여 우리들의 불안한 미래를 더더욱 불확실성의 악세惡世로 인도할 것이다.
다만 그 악세惡世가 히든 히어로들의 희생으로 만들어나간 선세善世의 태평성대를 수성할 수 없는 버금세상이지 불안한 미래를 잠재우기 어려운 으뜸세상이 아님을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자각할 때 나와 나라는 수성이 가능하지 않을까 실타래에 감긴 실낱 같은 희망 하나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