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해 록 ]미군정(美軍政 USAMGIK) 삼 년

by 윤해

재조선 미국 육군사령부 군정청(美國陸軍司令部軍政廳, United States Army Military Government in Korea, USAMGIK) 또는 줄여서 미군정(美軍政)은 1945년 8월 15일 일본 제국의 패망으로 독립한 한반도의 삼팔선 이남 지역에 설치된 미국 관할의 군정으로, 미군의 제24군단이 진주한 1945년 9월 8일부터 1948년 8월 15일까지 남한을 통치하였다. 한국의 역사에서 당시 이 기간을 미군정기(美軍政期)라고 부른다.

미군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대한민국 정부에 통치권이 이행된 이후 대부분 철수하였고, 소수는 1949년 6월까지 정치고문 및 군사고문의 형태로 존속하였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도 읊고, 식당개 3년이면 라면도 끓인다는 말과 같이 인간, 공간, 시간이라고 하는 삼간 중에서도 시간의 힘이라고 하는 것은 겨우 공간을 만들면서 살아가고 있는 세상 속의 인간에게 있어서는 불가지不可知의 영역이며 겨우 찰나를 사는 인간에게 억겁과도 같은 시간 앞에 대략 막연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저 넋 놓고 시간을 흘려보낼 수 없었던 인간은 삼일, 삼칠일, 백일, 열 달, 삼 년, 십 년, 삼십 년, 육십 년, 백 년과 같은 한 생애에서 이해가능 하고 목격가능한 시간의 크기로 불가지不可知한 시간의 영역을 가지可知한 시간의 영역으로 차근차근 바꾸어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지레짐작해 본다.

지금 대한민국의 출발을 상해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다 또는 제헌국회를 구성한 5.10 총선거를 통하여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세운 1948년 8월 15일이다라는 주장이 좌우로 갈라져 논쟁을 거듭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한민국의 출발은 거악의 일제를 무장해제하기 위해 미 극동군 사령관 맥아더의 명령에 의해 오키나와에서 출발하여 인천에 상륙한 하지 중장에 의해 38선 이남을 군사적으로 접수한 미 육군 24군단의 진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93년 6월생 하지중장은 태평양 전쟁 초기부터 참전하여 레이테 섬 전투와 오키나와 전투에서 군단장(Corps Commander)으로 대활약하면서 일개 보병 대령(1941년 12월)에서 중장(1945년 6월)까지 3년 반 만에 진급할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어 뼛속까지 군인으로 인정받았다.

이 전투병과 보병 장군 하지가 38선 이남의 한반도를 통치하는 미군정청 최고 사령관으로 1945년 9월 8일부터 1947년 2월 5일까지, 1945년 9월 8일부터 1948년 8월 27일까지 군정장관으로 재임하였다. 그가 임기를 수행하는 동안 한반도의 굴곡진 역사는 야만과 전쟁의 시기를 살아남았던 대한민국을 해방정국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고 갔으며 맥아더의 명령에 따라 얼떨결에 한반도에 진주한 뼛속까지 야전군 장군이었던 하지중장 자신이 대한민국 출발과 탄생의 산파역할을 하리라고는 그 당시에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우리가 해방공간이라고 부르는 3년간의 군정은 식민지 조선이 독립국 대한민국으로 가기까지의 신랄한 진통이었으며 그 진통을 노련하게 제어할 것이라고 미군정청 USAMGIK, 특히 하지사령관에게 기대하는 것은 대략 난망이었다. 오히려 하지사령관은 일본군의 무장해제와 한반도 내 질서유지를 위해 총독부 출신들을 중용했고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민족지도자들을 배척했다. 이러한 불협화음은 민족분열의 단초가 되었고, 반미정서를 잉태했으며 해방정국이 암살과 테러 파업과 투쟁의 장으로 빠져들어가는데 크게 일조했다.

식민지배의 경험이 일천했던 약관의 패권국 미국은 팍스 시니카의 노련함도 팍스 브리태니커의 집요함도 갖추지 못한 채 얼떨결에 해양세력 일본 열도와 대륙세력 한반도에 진주했지만 노회 한 군사영웅 맥아더의 극동군 사령부도 맥아더가 임명한 야전군 사령관 하지도 생소하기만 한 군정 업무가 그저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미국의 안보와 국익을 위해 최전선에 파견된 사령관으로서 최선을 다해 극동의 최전선에서 미국적 사고방식과 대응방식으로 점령지 현지인들과 소통하였고 하지가 비록 연속적으로 이 과정에서 똥볼을 차고 빈볼울 던지고 있었지만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하늘의 성근 그물, 천망天網은 망국에서 식민까지 고통에 몸부림쳤던 이천만 남한 주민들에게 기어코 삼 년이라고 하는 자유민주주의가 발아될 인덕션 타임induction time이 기적처럼 다가왔고 그와 동시에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이제는 미국에게서 없어서는 안 될 린치핀linchpin을 선물처럼 선사한 것을 보면 시골뜨기 골수 보병, 하지사령관이 마냥 똥볼을 찬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근성의 스몰 아메리카 대한민국 국민들이 백 년도 되지 않아 증명한 것이 아니라면 지금의 한미관계를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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